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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3. 2018

흙의 노예

농촌 소설을 쓴 음성의 이무영

충청북도 음성에서 태어나 농촌 소설을 주로 써온 이무영이라는 소설가의 대표작은 '흙의 노예'로 자신의 아버지이며 우직한 농부였던 아버지에게서 그만의 작가적 개성이 많이 배어 나오는 작품이다. 본명이 용구(龍九)인 이무영은 1908년 충청북도 음성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지만 작가의 꿈을 버리지 않고 일본으로 건너가서 가토 다케오라는 일본 작가 밑에서 작가 문학수업을 받게 된다. 


음성군의 소이면이라는 곳으로 가면 그가 태어났던 집의 터가 지금도 남아 있는데 그곳에 이무영 소설가를 기리는 글과 공간을 만날 수 있다. 뜨거운 햇살이 천변의 물을 증발시킬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물의 온도는 얼마나 될까. 지금은 흙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의 수는 적지만 농경사회를 오랫동안 유지했던 이 땅에서 흙의 의미는 오랫동안 강조되었다. 이무영 작가의 소설은 구조가 단순한 편이지만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사는 이들의 농경 사회적 정서를 자극해 폭넓은 공감대를 끌어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농촌 문학가 이무영 선생의 생가터로 찾아가는 길은 좁디좁은 길을 올라가는 방법뿐이 없다. 그의 작품 중에 '우심'은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의 삶이 담겨 있다. 마치 AI나 자동화등에 밀려가는 우리 현대인들과 비슷하다. 우심에서는 농사에 이골이 난 주인공은 벌이도 시원치 않은 농사를 짓기보다는 소달구지를 끄는 게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땅을 팔아 소를 사지만 시대가 변해 소달구지는 자동차와 기차에 밀려나고, 주인공은 결국 농토만 날리고 소마저 헐값에 팔고 만다. 

얼마큼 올라가야 이무영 작가의 생가터가 나올까. 이무영 작가는 음성읍의 중심에 있는 설성공원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흙의 노예라는 작품을 보면 건물주 등에 밀려가는 우리 영세 자영업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신문사에 다니며 소설을 쓰던 김수택이 과감하게 신문사를 박차고 나와 아내와 함께 아버지가 있는 농촌으로 가서 실제 농사를 배우며 농민으로 동화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지만 그 속에서  농촌 사회에 깔려 있는 모순과 소작농에 대한 지주의 가혹한 착취와 이로 말미암은 굶주림이나 억울함이 담겨 있다. 

이제 직장의 시대가 아니라 직업의 시대가 왔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은 직장 아니면 자영업이라는 선택지가 좁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흙의 노예에서도 남달리 부지런한 아버지건만 3년이 지난 뒤 소작권마저 잃고 빈손이 되는 것을 잘 그려내고 있다. 생가는 없어졌지만 그가 살던 곳에는 이무영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정자 등이 있어 쉴 수 있다. 

소설에서 가을걷이를 마친 뒤 다섯 식구 앞에 떨어진 것이 벼 넉 섬에 지나지 않자 수택은 어이가 없어 입을 못 다무는데 마치 지금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열심히 살았지만 손에 쥐는 것은 얼마 없고 미래는 여전히 보장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면서도 수택은 할 수 없이 벼를 지어 나르듯이 우리네 서민들도 하루를 그렇게 살아간다. 


이무영 선생 생가터는 음성읍 석인리 오리골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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