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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4. 2018

신김치 고등어조림

담백함과 신맛, 매운맛의 조화

요즘에 김치의 조화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는 편이다. 김치는 그냥 김장김치 혹은 겉절이, 적당하게 익은 김치, 과하게 익어서 시어버린 김치, 볶음김치 뭐 이 정도만 알고 있었다면 요즘에는 김치의 변화가 마치 사람의 변화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변화함에 따라 깊은 맛이 내는 김치가 있는 반면에 시간이 지나도 그 변화가 뻔한 김치가 있다. 


보통 신김치 고등어조림이라고 하면 배추김치를 연상하지만 필자는 올해 2월에 담갔던 총각김치를 이용하기로 했다. 아삭한 맛과 배추김치와 다른 맛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배추김치가 폭삭 익으면 씹을 때 부드럽게 넘어가겠지만 총각김치의 씹는 맛은 그 맛에 못지않다. 게다가 굳이 고등어조림할 때 넣어주면 좋을 무를 안 넣어줘도 좋다. 

이번에 요리를 해보고 깨달은 것이지만 일반 무가 푹푹하게 익히면 부드럽지만 총각무로 담근 김치는 웬만한 시간을 들여서는 그런 치감을 느끼기 쉽지 않다. 그러나 그 맛에 먹는 것이다. 

시장에서 사 온 고등어 두 마리다. 보통 1인분에 한 마리가 안 들어가는데 2~3인분을 하려면 두 마리 정도는 해주어야 한다. 고등어 눈빛이 살아 있는 것 같은데 이미 손질된 지 오래된 터라 그렇게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꼬리를 자르고 머리 부분을 제거하고 등부위와 아가 미등의 지느러미 제거작업을 해준다. 

그리고 멀기 좋게 세 토막으로 잘라내었다. 『자산어보』에서는 벽 문어(碧紋魚)라 하는 고등어는  고도어(古刀魚·古道魚·古都魚)라고도 한다. '가을 고등어와 배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는 속담이 생긴 것을 보면 가을철에 가장 감칠맛이 좋겠지만 여름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날 재료는 메인인 고등어 두 마리와 시어버린 총각김치가 있지만 양념도 중요하다. 음성 고춧가루 2큰술, 자색양파 1개, 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맛술 1큰술, 참기름 1큰술, 생강 다진 것 1개, 후춧가루 1/2큰술, 멸치육수 두 컵, 다진 마늘 2개, 청양고추 2개, 대파 1대가 들어갔다. 

오늘의 주인공들이 등장했다. 잘 익은 총각김치 8개가 등장했다. 어떻게 썰까를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비스듬히 썰면 좋을 듯했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비스듬히 썰었지만 두께가 불규칙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자 이제 재료의 준비는 어느 정도 끝이 났다. 이제 조리만 시작하면 된다. 조림을 하기 위해서는 열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에어컨이 필수다. 땀을 흘리면서 요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요리를 하고 있지 않아도 에어컨은 틀어놓고 있었다. 

참기름을 살짝 두르고 총각김치의 국물을 넣고 자작하게 볶기 시작한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가 된다. 적당하게 볶았지만 투명해지는 김치와 달리 잘 익은 총각김치는 자신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잘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감으로 어느 정도 익었다고 생각했을 때 아까 만든 양념 육수를 넣어주고 다시 조림을 하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생강즙이라던가 잘 다져진 마늘보다는 칼로 잘게 다진 것이 더 맛이 좋다고 느껴진다. 

어느 정도 익었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청양고추와 대파, 양파를 넣고 다시 한번 조려주면 되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국물을 꾸준하게 이곳저곳에 퍼다 나르면서 잘 스며들기를 기대해야 한다.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시작한 지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나고 이렇게 요리가 탄생했다. 지금은 안동 간고등어가 일반적인 요리로 자리 잡았지만 안동은 고등어를 먹으려면 먼 바다에서 운송해 올 수밖에 없었고, 이를 위해선 염장(鹽藏)이 유일한 수단으로 탄생한 음식이다. 안동 간고등어가 특별한 음식문화가 되었듯이 오늘은 6개월간의 숙성기간을 거친 총각김치가 곁들여진 신김치 고등어조림이 필자의 특별한 음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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