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Aug 14. 2018

제철음식

한민시장의 대하

한민시장은 서구에서 가장 활성화된 시장 중 한 곳으로 전통시장과 현대 색을 유지하면서 대형마트와의 경쟁력에서 살아남아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보통 대하라고 알려진 새우는 흰 다리새우로 잡아도 팔팔 살아 있어서 축제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굳이 살아 있는 것을 간절하게 원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새우를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구매해서 구워 먹을 수 있다. 바닷가에서는 벌써 살아 있는 대하(흰 다리 새우)가 출하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새우구이가 먹고 싶어 져서 한민시장을 찾았다. 


그렇게 자주 오던 비가 올해 여름에는 잘 오지도 않는데 한민시장을 가려고 한 날 이렇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차에는 우산이 있어서 우산을 들고 시장으로 건너가 본다. 

 

마트에서 장보는 것도 선호하지만 전통시장을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마트와 전통시장은 그냥 매력이 다르다. 전통시장(소매시장)은 「건축법」에 의한 용도별 건축물의 종류상 판매시설 중 소매시장에 해당한다. 고 되어 있는데 쉽게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편의시설 개선에만 집중하고 있기에 쉽지 않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무작정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양이 상당한 편이다. 냉동도 아니지고 냉장 대하가 1kg에 25,000원인데 말 좀 잘하니 조금 깎아주었다. 대충보 아도 1kg가 살짝 넘어 보인다. 굳이 구분하자면 이 새우는 대하가 아니라 흰 다리새우다. 자연산 대하는 뿔이 코끝보다 길게 나와 있고 흰 다리 새우는 뿔이 코끝보다 짦은데 특히 꼬리 부위는 대하가 청색을 띠며 흰 다리새우는 꼬리가 붉다. 

흔히 돌게라고 불리는 박하지다. 돌게는 꽃게보다 작아서 먹는데 살짝 불편함이 따르지만 시원한 맛도 괜찮고 매력이 있다. 이날 한민시장에서 만난 박하지는 조금 잘기는 하지만 게장을 비롯하여 돌게 튀김과 박하지 토장국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바다의 맛이라면 고등어를 빼놓을 수가 있을까. 생물 고등어가 1마리 5,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간을 한 간고등어가 아닌 생물 고등어는 손질만 잘하면 맛있는 요리가 탄생한다. 

요리로 사용하지 않을 프라이팬이 하나쯤은 집에 있지 않을까. 굵은소금을 깔고 사온 새우를 올려보았다. 새우의 살이 실한 것이 구우면 쫄깃하면서도 배고픔을 잊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제철에 나오는 생선이나 과일은 모두 맛이 좋다. 이제 나오기 시작할 밤, 전복, 포도, 양하, 용과, 대하, 꽃게, 넙치 등은 사람의 기력을 올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별다른 재료 없이 이렇게 불에 구운 새우도 좋지만 오이냉채, 과일화채, 이렇게 불을 쓰지 않은 음식으로 입맛을 돋운 다음에 입맛이 좀 돋우면 그때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 상태에 맞는 음식 이런 걸 드시는 것이 좋다. 

가장 좋아하는 머리 구이다. 몸통을 구워먹고 나서 두배 정도의 시간을 들여 바싹하게 구운 머리는 새우 내장의 고소함과 함께 쫄깃한 맛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아한다. 머리는 그냥 버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하구이의 정점은 이 머리에 있다. 버터를 넣고 구워먹으면 더 고소해지지만 담백하게 먹으려면 그냥 소금에다 구우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패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