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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8. 2018

철의 산책

음성 철박물관

음성 철박물관은 철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도 이루어지지만 철과 연관된 작품이 설치가 되어 있고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에 좋은 곳이다. 매번 이곳을 왔을 때는 박물관 안쪽만 보고 나왔는데 열기가 정점에 이른 광복절날 갑자기 이곳을 산책을 하고 싶어 졌다. 굳이 땀을 흘리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돌아다녀본다. 물론 사람은 거의 눈에 뜨이지 않는다. 날이 선선해지면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철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철기시대는 문명에 획기적인 선을 그어주었다. 마한의 소국가에서 고대국가로 자리매김한 백제나 고령 등에서 역사를 만들어낸 가야 역시 철기를 바탕으로 이룬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철은 실생활에서 모두 사용된다. 철은 한 번 만들어지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녹슬기 쉬운데 인간은 그걸 막기 위해 많은 것을 섞기도 하고 표면을 마감한다. 

의미가 있는 작품들이지만 이 철들도 야외에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녹슬어서 모두 부식되면 다시 자연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철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라부아지에가 증명한 질량 보존의 법칙이다. 철을 밀폐된 공간에 넣고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해 녹슬게 하였는데 매번 결과가 같았다. 밀폐된 공간의 무게는 같은데 철은 더 무거워진 것이었다. 공기 중에 산소가 철과 결합되어 무게가 줄어들었다. 즉 세상에 온갖 변화에도 불구하고 질량의 총량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질량은 무언가로 변할 수도 있다. 그것은 바로 에너지다. 아인슈타인은 두 영역 사이의 연계고리를 찾았다. "질량과 에너지는 하다다."

철박물관의 야외 정원에서 위쪽으로 올라오면 온실이 나온다. 온실을 보면 방사선을 처음 연구했던 마리 퀴리부인이 연상된다. 온실 같은 곳에서 연구를 하다가 1898년 조그마한 광석 조각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무게가 줄어들지 않고 매초 200,000,000,000,000개가 넘는 초고속 알파 입자들을 뿜어내는 빛을 보며 방사선이라고 명명한다. 

온실 안쪽으로 들어와도 잠시 햇살을 피할 수 있을 뿐이지 더운 것은 똑같다. 

온실을 둘러보고 다시 위쪽으로 조금 더 걸어오면 사각형의 멋진 정자와 함께 연꽃이 피어 있는 연못을 걸어볼 수 있다. 보통 정자는 사각형이 아닌 육각형이나 팔각형으로 만드는데 조금 특이하다. 사방으로 보아도 정확하게 한 칸, 한 칸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잠시 정자 안으로 들어와서 더위를 식혀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연못과 산세가 이루는 아름다운 경관은 보는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느낌을 준다.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유희 삼아 즐겁게 놀러 온 것은 아니지만 즐기고 마음을 통하면서 천지의 조화가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느껴보려는 시도였다. 

20세기 이전까지 철강은 금속으로 큰 조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점토나 밀랍을 이용해 주형을 떴다. 그러나 용접 등의 방법이 개발되면서 미국 작가 데이비드 스미스는 구성 조각을 만들었는데 금속 부분을 최소화하여 개방형으로 배열했으며 산업적인 재료에 가벼움의 이미지와 서정성을 부여한다. 앞에 보이는 작품들도 가벼우면서도 선이 예리하게 보인다. 

작품마다 제목이 있지만 굳이 제목을 보지 않고 감상하는 것이 더 좋다. 무슨 생각으로 이것을 만들었을지 아니면 왜 이곳에 이런 작품이 놓여 있는지 살짝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옛날에는 무거운 것들을 이곳에 올려놓고 달았다고 한다. 지금은 디지털로 모두 잴 수 있지만 예전에는 이런 방법을 이용해서 무게를 재었다. 원소기호 Fe. 지구 속의 다른 광물질과 섞여 대량으로 존재하며 문명의 지렛대 역할을 했던 쇠는 민족의 운명을 가르기도 했다.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보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사회가 문화적 '후진성'을 가지게 된 이유 중에 하나로 철을 활용하지 못한 것을 말하고 있다. 세계적인 매장량의 철광과 알루미늄광과 각종 금속 매장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속기로 나가지도 못했던 그들은 소수의 백인 정복자들에게 의해 학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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