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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8. 2018

믿는 일

충북 천주교의 산실 매괴성당

감곡 매괴성당에는 충청북도 천주교의 태동을 알 수 있는 매괴 박물관이 있다. 기독교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은 공주에 있는데 천주교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은 음성에 있다. 여름이 되면 음성만의 달달함이 있는 복숭아가 생산되는데 그 산지가 바로 매괴성당이 있는 감곡면이다. 감곡면의 어디를 가도 복숭아나무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흔하디 흔한 건물이 아니라 천주교의 파동이 있었던 유럽의 양식을 볼 수 있는 성당들은 한옥과 다른 맛이 있다. 1896년에 건립된 음성 감곡성당 터는 원래 임오군란 때 고종 황제비 명성황후가 일시 피신해있던 민응식의 집으로 일본군에 의해 폐허가 된 것을 헐값에 사들였다.

 

복숭아로 유명한 감곡은 서울과 경상도를 잇는 교통상의 중요 요충지였는데 천안과 함께 중부지방의 동서를 연결하는 4통 8달의 중심이었다. 감곡을 중심으로 진천 배티성지, 이천 성지, 안성 미리내 성지, 괴풍 연풍성지들이 자리하고 있다. 충청남도에도 많은 성지들이 있지만 충청북도에도 신앙 후예들의 보금자리가 많았다. 

오래되어 보이는 물건들과 함께 초기 천주교를 전파할 때 지어진 성당의 대문도 보관이 되어 있다. 이곳에 있는 나무 조각은 아래 성당 정문 일부 조각으로 남아 보관 중이던 것을 본당 제25대 주임 김웅렬 토마스 카위나스신부가 이곳으로 옮겨 보관 전시하고 있다. 

감곡 매괴성당과 명성황후 육촌 오빠인 민응식 집과 연관이 있는데 1882년 구식군대가 배고프다고 일으킨 임오군란 때 명성황후가 피신해 온 곳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 직전 민씨 문중은 집을 내놓으려고 했으나 명성황후 시해 이후에 의병이 일어났을 때 그 집을 모두 태워버려 당시 신부가 헐 값에 매입할 수 있었다. 

당시 성당과 주변에 살던 민가의 모습들도 재현이 되어 있다. 초대 본당 임 가밀로 신부는 1893년 서품을 받은 후 이 땅에 온 후에 한국의 풍습과 언어를 공부하였으나 여주를 지나다가 장호원에 이르러 이 곳을 보고 성당을 세울 생각을 한다. 

지하로 내려오면 천주교의 역사를 접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과 카페가 만들어져 있다. 

천주교에서 한국인 성직자의 사목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1970년에 초대 청주교구장 파디 주교가 교구장직을 사임하고 같은 해 6월 25일 정진석 니고 나오 주교가 제2대 교구장으로 임명되면서 성성식을 가지게 되었고 본격적인 한국인 성직자의 사목 시대가 열리게 된다. 

천주교의 역사에서 사목은 상당히 중요하다. 천주교, 성공회 등의 종교에서, 사제가 신도를 통솔․지도하여 구원의 길로 이끄는 일을 사목이라고 하는데 전통적으로 감리교는 주교제를 배척했지만 미국 감리교는 감독(bishop) 직은 보존하면서 회중의 영향력을 강화하였다. 

오랜 세월 사용했던 십자가들의 다양한 모양이다. 십자가의 모양도 시대에 따라 그 목적에 따라 다르게 사용했으며 십자가를 나타내는 기본적인 도안에는 다음 4가지가 있다. ① '크룩스 쿠아드라타'(crux quadrata):그리스 십자가라고도 하며, 네 팔의 길이가 똑같다. ② '크룩스 이미사'(crux immissa):라틴 십자가라고도 하며, 기본 줄기가 나머지 세 팔보다 길다. ③ '크룩스 코미사'(crux commissa):그리스 문자 '타우' 모양이며, 때로 성 안토니우스의 십자가라고도 부른다. ④ '크룩스 데쿠사타'(crux decussata):로마의 '데쿠시스' 또는 10이라는 숫자의 상징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성 안드레아의 십자가라고 한다. 

하늘이 유독 맑고 그 하늘과 잘 어울리는 매괴성당이다. 삼랑식 장방형 평면 구성으로 열주와 천장에 의해 신랑과 측량의 구별이 확연하며 라틴십자형으로 만들었는데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현 성당은 프랑스 파리 외방 전교회 시잘레(Chizallet, 池士元) 신부가 설계한 서구식 교회 건축물이다. 사람마다 믿는 것과 믿고 싶은 것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순수하게 믿는 것에는 고결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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