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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8. 2018

정원을 품다.

반가사유상이 품은 상화원

오랜 옛날 샤머니즘을 시작으로 인류는 다양한 종교를 믿어 왔다. 지금은 천주교, 기독교, 불교, 이슬람, 힌두교 등이 많은 사람들의 종교지만 우리 민족은 불교를 제외하고 유교라는 것을 종교처럼 생각해왔다. 유교는 학문적인 것이었지만 종교 역할도 대신했었다. 무척이나 더운 여름날 전통 한국정원을 지향하고 있는 보령 죽도 상화원을 방문해 보았다. 


1주일에 금, 토, 일만 방문이 허락되는 이 곳은 입장료가 6,000원인데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곳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을 위한 공간이다. 주변을 둘러가면서 만들어진 '회랑'은 상화원의 특징으로 오래전부터 화자 되었지만 이제는 석양 정원과 유토피아 거리, 종교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자리하면서 조금 더 색달라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이키가 만든 옷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있는 브랜드라서 좋아하기도 한다. 승리의 여신이라는 니케의 날개라는 작품도 재현되어 상화원의 정원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 날개의 모습에서 형상화된 것이 나이키 로고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니케(Nike)’, 영어식으로 읽으면 스포츠 회사 브랜드 이름으로 유명한 나이키가 된다. 로마 신화에서는 ‘빅토리아(Victoria)’라고 부르는데, 승리를 뜻하는 영어 단어 ‘빅토리(victory)’가 여기에서 유래하였다. 니케는 티탄족의 딸로  아버지가 티탄족인 팔라스이고 어머니는 저승의 강을 지키는 스틱스 사이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티탄족과 제우스와의 전쟁에서 제우스의 편에 서면서 신의 반열에 오른다. 승이를 상징하는 니케에게는 세 명의 남매가 있었다. 질투를 뜻하는 젤로스, 힘을 뜻하는 크라토스, 폭력을 뜻하는 비아인데 이는 태어날 때 홀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질투, 힘, 폭력도 함께 태어난다는 철학적인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회랑이 이곳에서 저곳을 이어주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올 때마다 조형물이 추가가 되고 있다. 세 종교중 어느 것에 치우치지 않고 상화원의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가능하면 자연 속에 화합하고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이 기독교의 상징이기도 한 조형물이다. 벽돌로 만든 조형물에 십자가 모양으로 파두었다. 그리고 상화원의 연못은 총 33개로 33살에 이 땅에서 떠난 예수의 나이와 연관시켰다. 

이제 불교를 상징하는 반가사유상을 보러 가는 시간이다. 날이 시원해진 것 같았는데 이 곳을 걷다 보니 다시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석양 정원으로 이어지는 이 곳은 108개의 벤치가 놓여 있는데 혹시 불교에서 말하는 108 번뇌가 아닐까. 그런 설명은 없다. 견혹의 88가지에 사혹의 10가지를 합해 98가지가 되고, 여기에 탐심과 진심(瞋心)과 치심(癡心)의 근본 번뇌에서 일어나는 10가지 부수적인 번뇌를 더하여 백팔번뇌가 된다. 

해변가에 있는 반가사유상이 참 독특해 보인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기 전에 인생무상을 느끼면서 고뇌하는 것을 표현한 반가사유상은 인도에서는 3세기경 처음 등장하는데 불상의 좌우에 교각 보살상과 함께 협시보살상으로 조성되었다. 

해변가에 놓인 청동 반가사유상은 의자에 반가좌(半跏坐)한 자세와 사유하는 모습을 상징하는 팔의 표현 이외 몇 가지 공통적인 형식이 있는데 반가사유상이 성행하던 시기의 삼국은 미륵신앙이 유행하였고 이 신앙과 관련이 깊은 반가사유상은 당시 시대상을 대표하는 유물이다. 

다시 먼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멀리 무창포해수욕장이 보이고 주변으로 돌과 벤치, 해송이 그림 같은 경치를 만들어준다. 

유교를 상상할 수 있는 곳은 유토피아 거리에 있다. 빌라 옥상의 돌출 부분에 고택의 대문과 창살문, 도연명의 도화원기, 무릉도원 등이 놓여 있다. 

많은 고택들이 재조립되고 고증에 의해 다시 복원되어 있는 이 곳은 매번 와도 그 고요함이 좋은 곳이다. 자연은 현대식 건물보다 이렇게 고택이 더 멋들어지게 잘 어울려 보인다. 한국의 전통 고택은 이렇게 유리로 외관을 장식하지 않지만 현대와 오래된 것의 조화로 만들어져서 조금은 특이한 매력을 가지게 된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이 상화원의 궁남지라고 말하는데 연꽃이 한 종류만 있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이날 본 것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헬레니즘 시대의 대표적인 그리스 조각상인 니케를 묘사한 것과 동양적인 미를 가졌으며 인생무상을 생각했던 석가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반가사유상과 짙푸른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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