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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8. 2018

웨지 감자

간편하게 해 먹는 간식

갑자기 감자가 생겼다. 감자를 즐겨 먹는 터가 아니라서 살짝 고민이 되었다. 구워먹으면 되지만 환기도 시켜야 하고 감자가 맛있을까 고민이 되기도 하고... 등등 불라 불라 버릴까... 생각은 복잡해지다가 갑자기 무언가 만들고 싶어 졌다. 우선 생긴 음식재료는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고민을 했다. 물론 만들었는데 맛이 없으면 모조리 버린다. 그렇지만 음식을 하기 전에 원재료는 죄가 없다. 웨지감자(Potato wedges)는 감자튀김의 변형 중 하나로 감자를 잘게 썰지 않고, 크게 쐐기 모양으로 썰어서 튀기거나 굽어 만든다. 


우선 필자는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그리고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나오는 감자는 보통 잘 먹지 않는 편이다. 기름은 올리브유를 쓰려고 하다가 솔직히 프랜차이즈 전문점에서는 기름에 여러 번 볶는데 단 한 번 사용할 기름으로 올리브유는 조금 아까웠다. 대신 카놀라유를 볶는 용도로 부어두었다. 

 

감자를 씻은 다음 4 등분하고 다시 2등분을 해서 8조각을 만들었다. 너무 크기도 작지도 않은 크기가 먹기에도 좋다. 감자를 처음 발견했을 때는 악마의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자라는 감자줄기와 그리고 한 줄기에 주렁주렁 매달리는 감자를 보면서 끔찍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혐오스러운 음식재료였던 감자는 밀농사만으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감자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같은 면적으로 두 배나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리면서 대중적인 재료로 자리 잡는다. 

감자를 이렇게 끓는 물에 5분 정도 데치면 기름으로만 튀긴 것보다 속이 촉촉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너무 많이 끓여도 안되고 딱 5분 정도가 적당하다. 빵을 굽는 것보다 시간이 절약된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오픈이나 거창스러운 요리기구가 없어도 된다. 

살짝 데쳐진 감자를 꺼내서 물기를 제거하고 채반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향신료를 뿌렸다. 과하지도 않고 적지도 않을 정도로 세 개의 향신료를 사용했는데 소금과 후추, 칠미를 뿌렸는데 마늘 구운 것을 넣으려다가 그건 다음에 해보기로 하고 이 정도에서 마무리한다. 

그리고 감자를 하나씩 튀김 가루을 살짝 묻혀본다. 튀김가루나 부침가루를 사신 분이라면 꺼내어 봤을 때 덩어리가 진 것은 버리는 것이 좋다. 장기간 저장되어 수분을 머금었기 때문이다. 튀김은 글루텐 함량이 낮은 박력분을 사용해서 튀기면 좋다. 

아까 넣어둔 기름에 튀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래 튀기지 않아도 좋다. 그냥 부침가루와 감자의 겉이 바싹 해질 정도로만 튀겨준다. 이것도 요리라고 연기가 거실에 차기 시작한다. 

잘 튀겨진 웨지감자를 그릇에 나누어 담고 위에는 파슬리를 뿌렸다. 개인적으로 장식용보다는 요리의 풍미를 증진시켜서 요리에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육수 등에 사용해도 괜찮은 맛을 낼 수 있다. 

에어컨을 틀어두었지만 잠시 환기를 시켜본다. 감자는 영국에서 기득권인 봉건 영주들이 일부러 나쁜 소문을 퍼트려서 먹기를 꺼리게 만들기도 했다. 감자는 적은 면적에서도 많이 재배될 수 있어서 땅을 가진 봉건 영주들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구속하고 더 많은 이득을 내려고 했던 기득권의 행태는 달라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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