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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8. 2018

여행 = 항해?

인생 혼자 때론 같이 간다. 

요트로 세계일주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인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은 혼자 어디를 떠나는 것을 참 어려워한다. 가족과 약속을 잡고 친구와 약속을 잡고 떠나는데 혼자 떠나는 여행은 함께 함으로써의 안정감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당진의 왜목항에서 출발하여 209일 5016시간 동안 세계를 일주를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여정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념관과 당시 사용했던 베이스캠프가 전시되어 있어 살펴볼 수 있었다. 


왜목항은 봄이면 실치가 나오는 장고항이 근거리에 있고 낚시를 하기에도 괜찮고 한 여름에 경관을 즐기면서 휴가를 보내기에 괜찮은 곳이다. 특히 서해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매년 말과 새해에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당진에 자리한 왜목항이나 장고항은 말 그대로 항구를 뜻하는 이름이다. 무기항이라는 의미는 이런 항구에 들르지 않고 계속해서 항해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을 하면서 상당히 불편한 여행을 감내해야 하며 음식이나 생리현상과 함께 많은 것을 참아내야 한다. 

전에 왜목항을 왔을 때는 이 기념관을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와보니 컨테이너로 깔끔하게 만들어진 전시관이 있어 들어가 본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바다와 요트를 상징하는 듯한 색깔로 칠해져 있고 이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동안의 여행일기 등이 정리가 되어 있다. 

김 선장은 2016년 12월 ‘신 대항해 시대’를 주제로 발칸반도 크로아티아에서 출발해 그동안 14개국 26개 항구를 거쳐 3만 1745㎞의 여정을 이날 마쳤다고 한다. 국내 최초, 세계 6번째로 2015년 무기항 무원조 요트 세계일주에 성공한 김승진 선장이 261일간의 대양 항해를 성공한 것이다. 

왜목항을 출항하여 상어를 만나고 육상지원팀과 만나가면서 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 해적과 만나는 일도 겪고 때론 전복이 되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무원조로 요트 세계일주를 했다고 하는데 고단한 여정이라는 것을 굳이 겪어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그가 세계일주를 하기 위해 사용한 배의 이름은 아라파니호로 바다의 순우리말인 '아라'와 달팽이의 순우리말 '파니'의 합성어라고 한다. 프랑스 베네토사가 2005년에 제조한 것으로 길이는 13.1미터에 무게는 9톤, 폭은 3.9미터로 작은 배다. 


지독한 추위와 높은 파도, 잿빛 하늘, 차디찬 안개,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는 거대한 유빙...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이 모두가 그리워지겠지

- 2015년 2월 10일 항해 115일째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폭염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칠석을 기준으로 온도가 떨어졌는데 지금은 낮에도 선풍기만 살짝 틀고 있으면 시원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칠석은 음력 7월 7일. 중국 주나라에서 발생한 견우와 직녀 설화가 한국,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 각국에서 전승되어 유래되었다. 목동인 견우와 베를 짜는 직녀가 사랑에 빠져 소를 치는 일과 베를 짜는 일을 소홀히 하자 화가 난 옥황상제가 두 사람을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갈라놓았는데  이 두 사람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안타깝게 여긴 까치와 까마귀가 매년 음력 7월 7일 밤인 칠석날 머리를 모아 은하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만들어 두 사람을 만나게 한다는 설화다. 

폭염이 사라지만 아쉬운 것은 딱 하나 있다. 온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하늘을 유독 파랗다. 열대지방에 가면 하늘과 바다가 유독 아름다운데 이 때문이기도 하다. 바다를 원 없이 보았을 김승진 선장은 그때의 기억을 어떻게 말할까. 

그의 여정을 보면서 느낀 것은 사람에게 순조롭고 단조로운 인생이란 매력 없는 사람으로 만들뿐더러 작은 파도에도 일어나지 못할 타격을 입힌다는 점이다. 폭풍이 지나갈 때마다 다시 태어나는 것을 느꼈다는 김승진 선장의 말처럼 사람은 역경을 겪을수록 강해지고 색다른 능력을 가지게 된다.


"당신의 인생 항해는 순조로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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