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라도 될 수 있어요.
2014년에 개봉한 나를 찾아줘에서 로잘먼드 파이크가 보여준 연기는 일반적인 연쇄살인범의 연기와 다르다. 철저하게 계산되고 절제된 광기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제어하는 그녀의 광기 연기는 찬사를 들을 만하다. 1979년생 로잘먼드 파이크는 모델을 해도 될 만큼 큰 키(175cm)의 배우이다. 그녀의 깊이 있는 연기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옥스퍼드 영어영문학과를 나온 그녀가 영리하지 않아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녀를 대중적으로 알린 영화는 007 어나더데이이다. 그 영화의 본드걸은 할 베리였지만 그녀에게 전혀 눈이 가지 않을 만큼 로잘먼드 파이크는 매혹적인 느낌을 선사해주었다.
왜 저런 배우를 알지 못했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그녀가 보여준 연기와 외모는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그녀를 한동안 보지 못하다가 다시 스크린에서 등장한 것을 본 것은 2009년에 개봉한 써로게이트에서 브루스 윌리스의 상대역을 나올 때였다. 그녀의 가능성은 더 클 텐데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감독은 그녀의 배역을 한정시켜두었던 것 같다.
나를 찾아줘
영화를 보고 한동안 그 영화의 후폭풍(?)에 헤어 나오지 못했던 적이 있다. 그녀의 매력과 연기력을 A ~ Z까지 보여준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에이미의 역할을 맡았었다. 남자가 좋아하는 순수한 느낌과 절제된 팜므파탈적인 매력과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한 과감한 사이코 연기까지 그녀가 어떤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가를 보고 싶다면 나를 찾아줘를 감상하면 된다.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를 보면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남자들은 참 단순하고 순진하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에이미는 웃으면서 칼을 갈 수 있으며 아무런 티를 내지 않으면서 등에 칼을 꽂을 수 있는 것이 여자다. 현실에서는 칼을 꽂지는 않아도 여자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다시금 깨닫게 만들어준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물리적으로 힘이 약한 여자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으로 철저한 감정 절제의 능력을 타고 났을지도 모른다.
광기란
로잘먼드 파이크는 나를 찾아줘에서뿐만 아니라 최근에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리턴 투 샌더에서 또 다른 광기 어린 연기를 보여준다. 광기란 무엇인가. 어떤 분야이든지 한쪽으로 미치게 되면 광기의 다른 얼굴을 만나게 된다. 광기는 사회 속에서 당사자가 지니는 비정상적인 이상을 말한다. 생산적이냐 비생산적이냐에 따라 광기 어린 사람의 행동은 달라진다. 생산적으로 작용하면 보통 창조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비생산적으로 작용하면 누군가를 해치는 경우가 많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가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생각이 있다. 내가 미친 것일까, 또는 나는 정상(normal)인데 다른 사람이 미친 것일까. “
광기가 있는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한다. 평범하지 않다. 생각하는 자체가 다르다. 일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각도로 사물을 보고 세상을 분석한다. 보통 광기는 정상적인 사회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즉 광기란 주류사회에서 제어되어야 할 그런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너무 많은 것을 알던가 일반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하는 분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위험해 보이기 까지 한다. 정상적인 눈의 스펙트럼에는 그 색깔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꿈은 죽는 순간 사라진다.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어릴 때는 참 꿈이 많았다고 한다. 커가면서 현실과 충돌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면서 꿈은 꿈으로 끝이 난다. 인간은 꿈꾸는 존재다. 먹고사는데 방해가 된다고 해서 상상력을 제어하고 자신의 꿈을 억제하는 것은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
사람이 꿈을 꾸지 않는다면 그건 정신이 죽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잘 때 제어되었던 무의식이 풀려나와 온갖 꿈을 꾸게 만든다. 우리는 그걸 해석하려고 무던히도 노력을 하지만 그냥 심심풀이로 해석되는 수준이다.
로잘먼드 파이크의 연기를 보면서 그녀의 속에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배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차분함 속에 강함을 가지고 있고 순수함 속에 광기를 보여줄 수 있는 흔치 않은 매력적인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