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요리며 음식이다.
여기서 언급하는 술은 당연히 에틸알코올을 넣고 희석시켜 만든 소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단순 화학주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더라도 알코올이 날아갈 뿐 맛이 좋아질 리가 없다. 그리고 그냥 화학성분에 의해 제조되고 그냥 그 맛에 먹다가 취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정성을 들여 만들고 오랜 시간 저장이 되어 만들어진 술은 요리라고도 볼 수 있다. 애인 없이 매일 혼술을 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울이는 무라사키 와카코라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와카코와 술은 조금은 독특한 일드다. 필자가 봤을 때는 거의 매일을 술을 마시면서 맛있는 안주를 탐닉한다. 그런데 살은 별로 찌지 않은 캐릭터다. 많은 분들이 자신은 물만 먹어도 찌는 체질이라고 우기기도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신체 질량 보존의 법칙에 따르면 그 에너지를 소화해낼 근육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지 모든 음식을 물로 보는 것이다.
이 일드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한다. "무라사키 와카고 26살, 술맛을 아는 혀를 가지고 태어났기에 오늘 밤도 술 마실 곳을 찾아 헤매노라. 여자 혼자서" 이 일드가 재미있는 이유는 안주 천국으로 유명한 일본의 안주의 상당 부분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심야식당과 비슷한 콘셉트의 술집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안주를 제대로 만드는 곳은 많지 않다. 대동소이한 안주만 가지고 그럴듯한 요리를 하는 척 하지만 딱히 매력은 없다.
진정한 술맛을 아는 사람 치고 음식 맛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술맛의 미묘한 차이는 음식을 먹을 때나 만들 때 그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즌3의 첫 화에서는 가리비 버터구이가 나온다. 이 안주를 만들기 위해는 가리비가 우선 커야 한다. 관자에 칼집을 잘 대고 나서 부위별로 잘 조각낸 후에 위에 버터를 얹은 다음 익혀주면 된다. 개인적으로 나라면 조금의 조미를 더할 듯하다. 다음에 만들게 되면 다시 포스팅하기로 해본다.
항상 말하는 것이지만 재료에는 죄가 없다. 예전에 죽순으로 대강 먹으려고 하다가 그 맛없음에 모두 버린 기억이 있다. 소스를 가미한 죽순 구이는 참 좋은 안주다. 죽순의 그 부드러움과 어울릴만한 소스는 무엇이 있을까.
수육은 해본 적이 있어도 돼지고기 조림은 해본 적이 없다. 일드에서 등장한 이 돼지고기의 조림은 요리 욕구를 막 불러일으킨다. 기름을 쪽 빼면서도 다른 것과 같이 먹지 않아도 되는 그런 맛이 담겨 있다. 어떤 양념을 넣어서 조림을 할지가 문제지만 흠... 사골육수와 간장 베이스 그리고 잡내를 잡아줄 수 있는 것으로 해보면 어떨까. 이 일드에서 등장하는 음식점은 실제 운영되고 있는 곳이고 등장하는 사람들도 모두 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연기가 되는 게 신기하다.
단골도 있지만 새로운 곳도 어렵지 않게 도전하는 와카코의 뒤를 따르다 보면 새로운 일본문화를 만날 수 있다. 일본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자주 가보기도 하지만 일본의 Bar는 한국과 다르다. 지금 한국의 Bar는 많이 변질이 되어 주점과의 사이에 있지만 일본의 Bar는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는 곳이 생각보다 많다.
내장 요리까지 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오뎅을 파는 곳도 많다. 칵테일에 한참 빠져 있을 때 여러 가지를 만들어본 적이 있지만 일드에서 등장한 모스크바 뮬은 만들어보지 못했다. 사실 보드카 베이스 칵테일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모스크바 뮬(Moscow Mule)`이다. 뮬(Mule)은 암말과 수컷 당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 `노새`를 가리킨다. 보통은 하이볼 글라스에 얼음을 채우고 스미노프 레드 보드카 45㎖를 따른다. 그 위에 라임주스 10㎖와 진저에일을 취향에 맞게 글라스 벽면으로 천천히 부어 만들지만 와카코와 술에서는 생강 베이스로 만들었다. 무슨 맛일까. 칵테일을 만들어 마실 때 많이 사용했던 스미노프는 사람의 이름이다. 스미노프는 `볼셰비키 혁명` 때 러시아를 탈출해 무색·무취·무향의 `화이트 위스키`라는 이름을 붙여 칵테일의 베이스로 보드카를 만든 것이 지금 보드카 인기의 기반을 만들었다.
필자는 가라아게를 일본에서 처음 맛보고 국내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만드는지 알았지만 국내에서 가라아게는 그냥 닭을 튀긴 것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일본의 가라아게를 만드는 곳은 찾아보지 못했다. 일본의 가라아게는 닭껍질은 그대로 둔 채 다진 닭고기와 야채 혹은 감자 등을 으깨어 같이 튀겨낸다. 정말 한 번 일본의 가라아게를 맛보면 다시 찾게 된다. 조만간 일본식 가라아게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요리라는 것과 재료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자영업 폐업률만 논한다.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그걸로 먹고살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이 걸리는 것을 하라라고 말이다. 3개월 걸려 혹은 6개월, 1년 걸려서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면 진입장벽이 낮다. 10년이 최소 기준이다. 그러려면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한국 역시 일본처럼 해산물이 풍부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 장인 정신을 가지고 음식점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뿐이다.
와카코와 술은 술을 좋아하면서 음식도 만들고 맛있는 음식과 안주를 먹기 좋아하는 필자에게는 참 재미난 볼거리를 주는 일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