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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5. 2018

먹는 일

거제도의 먹행

계절에 상관없이 회를 즐기는 편이다. 여느 지역을 가도 쉽게 맛집이라고 홍보하는 곳은 적지 않지만 제대로 된 음식을 내놓는 곳은 많지 않다. 살아가는 일과 먹는 일은 매 한 가지다. 먹지 않고 삶을 계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거제도는 2~3달에 한 번은 꼭 가는 곳으로 맛있는 회를 먹을 수 있어서 좋다. 


거제도는 거제시청을 중심으로 시가지가 형성이 되어 있는데 역시 시청 공무원들이 맛있는 곳을 잘 알고 있다. 자연산 회 중심으로 먹기도 하지만 이렇게 밑반찬이 많이 나오는 곳도 때론 선호한다. 

보기에는 무척 맛있을 것 같지만 실제 열어보면 먹을 것이 얼마 없다. 그냥 비주얼 담당이다. 지금은 꽃게철인데 꽃게찜이 나오면 좋았을 테지만 그것까지 나오기에는 조금 무리이지 싶다. 

뭐 홍합탕이야 대파를 넣고 끓여내면 평균의 맛은 내니까 설명할 것이 딱히 없다. 

역시 바닷가라 살짝 비주얼이 다른 것들이 나온다 육지에서는 보통 멍게와 개불, 소라 정도만 나오는데 몇 가지가 더 추가된다. 벌써부터 소주가 들어가기 시작한다. 거제도 사람들은 술 먹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바닷가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해삼 물회가 나온다. 물회의 양념은 조금 평범하고 그냥 싱싱한 해삼이 얹어진 것에 만족하면 좋을 듯하다. 

자리돔 구이에 양념이 얹어진 것이 나온다. 자리는 ''자리돔''을 칭하며 제주도 명물 중의 하나로 색깔이 검은 도미과에 속하는 생선으로 맛이 상당히 좋다. 보통 제주도를 가면 자주 먹는 구이인데 육지에서는 오래간만에 먹어본다. 


드디어 모둠회가 나왔다. 이곳에서는 광어나 우럭은 별로 환영받지 못한 횟감이다. 적어도 돔 정도는 되어야 모둠회에 이름을 내밀 수 있다. 회가 상당히 많이 나와서 그런지 계속 먹어도 잘 안 준다. 참 행복한 일이다. 

이곳의 탕은 이렇게 뚝배기에 나오는데 매운탕에 생선이 가득 들어가 있다. 

마지막으로 나온 회무침이다. 다 먹고 난 다음에 이렇게 나오다니 조금 특이한 횟집이다. 

저녁식사자리에서 술을 거하게 먹고 잘 자고 난 뒤에 참석한 사람 중 간장게장 음식점을 하시는 분이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해서 그 음식점으로 향했다. 밑반찬도 신경을 많이 쓰고 게장 본질의 맛을 잘 살린 한정식집이다. 

밥도 잡곡 등이 잘 들어간 영양밥이 나온다. 

우선 게딱지에 밥을 비벼서 먼저 먹어본다. 역시 잘 담근 게장은 식욕을 돋운다. 먹고사는 일 중에 먹는 일이 가장 즐겁고 사는 일은 잘 먹다 보면 살아지기에 또한 재미있어진다. 부모님은 먹는 일을 즐겨하시지 않으셨고 지금도 그 재미를 잘 모르신다. 먹는 일을 대충 하게 되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삶의 질이 떨어지면 낙도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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