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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5. 2018

염소와의 조우

가족여행지로 좋은 명대계곡

보령에는 한여름에는 계곡이 산자락에 울창하게 자란 수림에 덮여 시원한 곳이면서 오서산에서 발원한 맑고 시원한 물이 흘러내려 계곡을 이룬 곳이 있다. 명대계곡이라고도 부르고 명대골 계곡이라고도 불린다. 사시사철 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꼭 여름이 아니어도 여행지로 괜찮다. 특히 물이 맑고 시원해서 옻환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했다.

이제 가을철 단풍이 오기 전까지 잠시의 휴식시간을 가지고 있는 오선산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아래로 흘러내려오고 있다. 물이 참 맑다. 흐르는 물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고 했던가. 계속해서 끊임없이 아래로 흘러가기에 맑은 물이 되었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에는 명대계곡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계곡물만큼 돈을 들이지 않고 한 여름의 피서를 할 수 있는 곳도 많지가 않다. 명대계곡은 젊은 계곡이다. 하천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계곡이 형성되는 경우는 단면이 V자 형태를 띠는 계곡이 초기에 형성되며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의 유동 경로가 변화함에 따라 넓어져 범람원을 형성하며 넓어져서 노년곡을 형성하게 된다. 

신선이 되지는 않았지만 명대계곡에 와서 시원하게 흘러내려가는 물소리를 들으니 잡생각이 날아가 버린다. 물이라는 것이 참 묘하다. 수영을 할 때는 중력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고 시원하게 물 한 모금을 마실 때면 잠시 행복감도 느낀다. 그리고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국립공원이라서 이곳에서는 사람이 살 수는 없겠지만 보통 계곡 있는 산기슭에는 둔이 만들어지는데  둔(屯)은 평평한 산기슭, 가리는 사람이 살만한 계곡이나 산비탈을 일컫는다. 옛사람들은 살기 좋은 둔에다가 정자를 지어놓고 시간이 가는 것을 잊으면서 살았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 삶을 살아볼까. 

명대계곡의 위에는 명대 저수지가 만들어져 있는데 큰 저수지는 아니고 작은 소류지의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오서산의 명대계곡은 빼어난데 계곡에서는 오서산의 허리를 감싸며 우당탕탕 흘러내리고 있다. 

둑에는 하얀 염소 한 마리가 앉아 있다가 내가 가지 내쪽으로 걸어온다. 유유자적한 여유를 즐기다가 온 사람이 반가운 모양이다. 길을 걸으면서 내면의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즐겁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고 말했던 장 자크 루소처럼 잠시 철학자가 되어본다. 

염소와의 조우가 이루어졌다. 염소가 내 손을 핱기 시작한다. 말을 걸어본다.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지는 모르지만 무언가 교감이 되는 느낌이다. 

시원스럽게 흘려내려 오면서 하얀 포말을 만들며 명대계곡의 물줄기를 이어가는 이 소리는 집에서 한적하게 여유를 즐기면서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를 듣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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