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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6. 2018

종가댁

문경 장수황씨 종택

종가댁에 맏며느리로 시집을 간다는 것은 마치 집안의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하는 고난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처럼 생각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집안이 있다. 종갓집을 높여 부르는 종가댁은 전국 어느 곳을 가도 한 곳 이상은 남아 있다. 종가댁은 오래전부터 집안 대대로 많은 것을 이어내려 오게 만든다. 음식을 비롯하여 술을 담그는 방법 그리고 집안의 전통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불편하면서도 시간이 걸리면서 합리적이지 못한 것을 계속 이어가야 할까? 개인적으로 고택에 가면 정다운 느낌을 주면서 옛 정취가 느껴지는 것이 너무 좋다. 


문경에 가면 장수황씨 종택이 지금도 잘 보존되어 이어지고 있다. 황경을 시조로 하고 황해를 입향조로 하는 전라북도 순창군 세거 성씨가 장수황씨의 시작이었다. 장수황씨중에서 잘 알려진 사람으로 조선 시대 4대 명상(名相)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황희는 24년간 정승을 지냈으며 그중 18년간 영의정을 지냈으며 일본에 다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내침을 예고한 황윤길(黃允吉)이 있다. 친구 중에도 장수황씨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며칠 전 빵을 챙겨준 친구다. 

영의정 황희 정승의 7대손이던 칠봉 황시간이 이곳에서 살았는데 그 집안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경 장수황씨 종택(聞慶 長水黃氏 宗宅)은 경상북도 문경시 산북면, 문경 지방에 있는 양반가옥 중 하나로 장수 황씨의 종가이다. 1991년 3월 25일 경상북도의 문화재자료 제236호로 지정되었다가, 2013년 4월 8일 경상북도의 민속문화재 제163호로 승격 지정되었다.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사랑채와 안채, 대문채로 구성되어 있는 이 집은 원형이 잘 남아 있는데 안채의 구성에 몇 가지 특이함이 있어서  이 지방 양반가옥의 연구 자료로서 가치가 크다고 한다. 장수황씨 고택에서는 얼마 전부터 고택의 음악회를 개최한다. 

문경에서 유명한 종택의 탱자나무는 문경 장수황씨 종택의 앞뜰에 두 그루가 나란히 자라고 있다. 동쪽의 탱자나무는 3개의 큰 가지로 나뉘어 자라고 있으며, 서쪽의 탱자나무는 4개의 가지가 나와 전체적으로 한 그루인 것처럼 반원형을 이루고 있다. 탱자나무는 주로 영·호남지방에 분포하며 일본·중국에서도 자라는데 한국의 탱자나무는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보이며 2000년 2월 3일 경상북도의 기념물 제135호로 지정되었다. 

옛사람들이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을 중요시한 것은 나무의 자람의 본받음이 인간의 지향하는 것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마당 한가운데 황씨 가문의 상징처럼 자라난 탱자나무는 한 쌍이다. 탱자나무를 자세히 보면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서로를 배려한 것처럼 자라났다. 종가댁은 남자와 여자의 만남으로 시작이 된다. 혼자서 시작되는 종가댁은 없다. 부부의 삶이 그러하다. 가지를 펼칠 만큼의 공간이 꼭 필요한 나무들은 조금씩 양보하면서 자라난다. 부부의 삶 역시 상대를 상처 내며 홀로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양보와 배려 속에 서로를 성장시키면서 공생하는 것이다. 

종가댁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음식의 조리법과 술을 만드는 방법이다. 그 집안만의 음식이나 술이 없다면 종가댁이라고 할 수 없다. 풍류를 즐기는 것과 맛있는 것을 추구하는 것 그리고 배움을 지속하는 것은 항상 같이 가기 때문이다. 문경장수황씨 종택의 술과 음식은 과연 무엇일까.

사랑채와 안채, 탱자나무를 살펴보면서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돌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는 곳이 나오고 때론 미로 같은 공간도 나온다. 심어져 있는 나무들은 꼿꼿하게 자라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자라났다. 구부러지고 때론 얽히기도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균형을 유지해 왔다. 

고택을 돌아다니다가 보면 사랑채 마루나 뒤편의 대청이 잠시 쉬어가라고 손진을 한다. 잠시 대청마루에 앉아서 쉬어본다. 다시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몸을 일으켜야 하지만 아쉬움은 다시 찾아왔을 때의 그 만남을 기대하며 보고 싶다는 그리움만 남겨놓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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