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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6. 2018

김룡사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길

자연에는 섭리가 있고 인간에게는 도리가 있다. 봄이 되면 만물에 에너지가 돌아 꽃이 피기 시작하고 여름이 되면 만개하며 가을이 되면 결실을 맞는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다시 봄을 기다리며 응축이 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태어나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며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이 될 수 있도록 삶을 잘 다지는 일이 인간의 도리다. 


한 여름 폭염 속에서도 백일 동안 찬란한 꽃을 피웠던 배롱나무 꽃들이 이제 지기 시작했다. 그 분홍색의 아름다운 꽃잎을 날리는 것을 보니 이제 가을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김룡사가 있는 운달산은 계곡의 물이 맑고 차가운 것으로 유명하다. 용암산(龍岩山)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산은 교통의 요지에 자리하고 있어서 많은 선비들도 이곳을 지나쳐 갔다. 

오래간만에 다시 만나는 사찰 김룡사다. 588년 진평왕 10년에 조사 운달(雲達)이 창건하여 운봉사(雲峰寺)라 하였으며 1624년(인조 2) 혜총이 중창하였으나, 1642년(인조 20)에 소실되어 1649년(인조 27) 의윤(義允)·무진(無盡)·태휴(太休) 등이 중수된 곳이다. 

천왕문을 우선 지나쳐 가볼까.  김룡사라 한 것은 옛날 문희(聞喜 : 지금의 聞慶) 부사로 김씨 성을 가진 자가 있었는데, 관(官)에 죄를 짓고 도망쳐 이 산에 숨었다가 우연히 신녀를 만나 가정을 이루어 용(龍)이란 아들을 낳았는데 그 처자를 잃어버리게 되었으나 그곳에 그 옛 터와 섬돌이 절의 서쪽에 남아있어 절 이름을 김룡사로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사천왕문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사천왕들이 대게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다. 잡귀를 모두 잡아내기 위해서는 조금 더 무서운 표정으로 있어야 하나 보다. 사천왕은 고대 인도 종교에서 숭상했던 귀신들의 왕이었으나 불교에 귀의하여 부처님과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었다. 특히 사천왕중 광목천왕의 근본 서원은 죄인에게 벌을 내려 매우 심한 고통을 느끼게 하는 가운데 도심(道心)을 일으키도록 하는 것이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하여 극락전·응진전(應眞殿)·금륜전(金輪殿)·명부전(冥府殿)·상원 전(上院殿)·영산전(靈山殿)·원통전(圓通殿)·첨 성각·범종각·수월당(水月堂)·만월당(滿月堂)·연하다·일주문(一柱門)·천왕문·요사 등 전각 48동이 남아 있다.  대웅전 내 불화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와 현왕도(現王圖) 및 삼층석탑이 경북도지정 유형문화재로 지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항상 사찰에 오면 저 범종을 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스님들만이 칠 수 있고 일반 사람이 이 종을 치면 도리를 어기는 셈이다. 도리를 잘 지키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쳐 가본다. 

오래된 사찰이니만큼 문화재가 많은 곳이 바로 김룡사다. 김룡사는 앞서 3점을 포함하면 지정을 통해 보물 2점, 등록문화재 2점, 유형문화재 7점, 문화재 자료 2점 등 모두 13점의 문화재를 보유하게 됐다. 

섭리를 따르는 일, 진리를 터득하는 일, 도리를 지키는 일,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일은 모두 같다. 이 네 가지가 잘 안되면 문제가 생긴다. 지금은 생기지 않을지 몰라도 언젠가는 그 여파가 돌아오게 된다. 지금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 

김룡사라는 사찰은 규모도 큰 편이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차분하게 앉아 있어서 여행지로 괜찮다. 섭리와 도리를 배우고 싶다면 이곳으로 책 한 두 권쯤 가지고 와서 조용하게 읽어본다면 깨달을 그날이 올지도 모른다. 가끔 어떤 사람들을 보면 왜 도리를 지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도리는 지키지 않아도 될지 모르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향해 있음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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