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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8. 2018

서치

연출과 기획이 조화로운 영화

우선 영화를 보기 전에 사라진 딸의 얼굴이 아는 동생과 묘하게 닮아 있어서 더 호기심이 갔다고 해야 하나.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이다. 주된 작업은 윈도우에서 하지만 밖에서는 맥북에어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UI는 매우 익숙했다. 초중반까지 딸을 찾기 위한 주요 도구는 페이스북, 구글, 스카이프 등이었다. 어떻게 보면 자식과 부모의 소통을 다루고 있으면서 그릇된 사랑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그려내고 있다. 조금은 마이너 한 영화처럼 보였지만 그 스토리 구성이 기발하다는 말에 스토리텔링을 하는 사람으로 꼭 봐야 할 영화였다. 


'서치'는 부재중 전화 3통만 남기고 사라진 딸과 이런 딸의 SNS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행방을 찾기 시작한 아빠의 이야기다. 자신의 자식이기에 모든 것을 안다고 착각하지만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자신만의 길을 걷기에 그 사람을 온전히 다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불가능한 것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일부 부모들이 있다. 딸인 마고는 2년 전 엄마를 잃고 그 아픔을 온전히 자신이 감내하면서 살아가지만 심성은 누구보다도 착하다. 아내를 잃은 아빠를 더 생각하는 딸로 그 아픔을 표현하지 않고 데이빗의 동생인 피터에게 말 못 할 아픔을 공유한다.

데이빗 역시 딸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녀의 친구와 사생활, 학교에서의 생활과 피아노 교습 등의 일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딸을 온전히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한다. 많은 부모들이 역할놀이를 하며 자신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고 살아간다. 아빠는 바쁜 일상 속에 한 달에 한두 번 같이 놀러 가 주고 때론 캠핑장에 가서 땀을 흘리며 텐트를 치고 함께하는 짧은 시간으로 충분히 좋은 아빠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엄마는 그런 아빠의 빈자리를 잔소리와 과도한 간섭 혹은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것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고 하며 그것이 온전히 자식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노트북의 영상과 CCTV, 카메라 등을 통해 보여주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무척 답답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영화를 감상하는 데 있어서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대체 마고는 어디에 있고 왜 사라졌으며 피아노 강습비를 모아서 어디에다가 쓰려고 했을까. 조사가 진행될수록 마고의 정체성과 데이빗은 형사 역할을 하면서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서치는 우선 답답하지 않게 진행이 된다. SNS 등에서 정보를 찾고 그것을 추적하는 데이빗을 쫓아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실마리를 찾게 된다. 친한 사람에게 말하지 못했던 것들이나 입력하려고 하다가 지우는 메시지들 속에 속마음이 담긴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데이빗이 찾는 모든 단서에 주목을 하면 된다. 

오프라인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필자 역시 노트북 화면으로만 보는 시간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그 균형을 잘 이루어야 현실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딸을 잃어버린 영화라서 그런지 더 공감이 많이 간 영화였다. 부모의 역할은 자식에게 공감해주는 데 있는 것이지 자식을 조종하는 데 있지 않다. 자연스럽게 삶의 물길을 터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오버하지도 않고 답답하지 않게 잘 풀어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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