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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1. 2018

이런 노력

공주 주미사지를 찾아

사찰을 왜 없어졌을까. 그리고 그 사찰이 없어진 곳에 흔적이 왜 남아 있을까란 생각이 들 때가 가끔은 있다. 특히 산속에 길도 없는 것 같은 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을 때 말이다. 여름에는 각종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그 길을 예측할 수 없다. 게다가 어찌나 길을 예측할 수 없게 풀이 났는지 때론 곤경에 처할 때도 있다. 관광객들이라면 잘 조성된 역사의 의미가 담긴 곳을 가지 볼 것도 없는 사찰이 있었던 자리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보령의 성주사지처럼 접근성이 좋은 곳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공주 주미사지는 공주에 여러 곳 있었던 사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어떻게 저런 곳에 사찰이 있었냐고 물어볼 수 있지만 옛날에는 이곳이 중심지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공주 주미산은 봉화대도 있고 삼누사, 사공 바위 등이 있는 곳으로 옛날에는 동학운동을 하던 사람이 모인 곳이기도 하다. 

크지는 않지만 작은 저수지가 주미사지 올라가는 길목에 있다. 연꽃은 피지 않았지만 연잎은 상당히 많은 곳이다. 고마 곰의 전설처럼 사공이 주미동을 떠나게 되어 결국 위례에서 웅진으로 천도했던 백제가 다시 사비로 천도해가는 그런 전설을 품고 있는 공주의 옛이야기가 서려 있는 곳이다. 

이곳까지 오긴 했지만 어떻게 주미사지를 찾아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이정표도 없고 어딜 보아도 그냥 주미산 산기슭만 보일 뿐이다. 풀숲을 헤치자 온갖 곤충들이 앞으로 뒤로 옆으로 날아다니는데 마치 초록의 대향연 같다. 만약 그 광경을 보았다면 메뚜기 구이를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곳까지 와도 대체 모르겠다. 어디를 가면 주미사지가 있는지 말이다. 공주에 있는 주미사지, 동혈사지, 서혈사지, 구룡사지중 주미사지가 찾기가 제일 힘들다. 이건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우선 그냥 막 걸어서 올라가 본다. 신발은 플랫슈즈를 신고서 이곳을 올라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게다가 올라갔는데 이 산이 아닌가 봐 하면 얼마나 허전할까. 

주미사는 주미산 혹은 천산으로 주미산에 현철이 있다고 하여 관련된 불적으로 주미사가 되었다. 주미사지에 남아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백제의 것보다는 통일신라의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드디어 주미사지를 만나는 시간이 왔다. 이곳까지 온 보람이 아주 조금은 있어졌다. 공주의 서혈사지나 동혈사지에 가면 이곳에 있는 석굴과 비슷한 형태가 있다. 아마 계획을 세우고 이런 석굴을 세웠을 것으로 보인다. 

삼국유사에 진자와 미시랑 수원사지와 주미사 이야기가 나오는 역사적인 유적으로 연꽃문양을 새긴 석등의 기초부재와 석탑의 조각 그리고 주초석과 기와 편 무더기만이 그 당시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1,500년 전에 신라의 진자 스님이 서라벌에서 이곳까지 걸어오면서 한 걸음을 뗄 때마다 한 번씩(一步一禮, 일보일례)

 예를 올렸다고 한다. 주미산은 옛날 옛적부터 현자가 수없이 모여 사는 곳이다. 산신령, 도사, 수도자, 은자의 터전이라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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