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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1. 2018

책 쓰는 모험

통영 김용식. 김용익 기념관

소설을 써서 책을 만드는 일은 그야말로 모험이다. 머릿속을 마음껏 후비고 다니는 모험을 힘껏 해야 겨우 쓸 수 있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는 일반적인 용기와 다르다. 자기 자신과 직면할 수 있는 용기와 어려운 것이라도 해낼 수 있는 당당함과 짓누르는 압박감에 대항해야 가능하다. 

통영이라는 도시는 조금 독특한 곳이다. 박경리가 있고 그 외에도 김용식, 김용익 같은 소설가의 흔적도 있다. 이곳은 김용식의 아들 김수환이 아버지와 삼촌이 성장하였던 이 생가를 2011년 9월 통영시에 기부하여 건립된 곳이다. 

"나는 꽃신이 다른 사람에게 다 팔려 가기 전 한 켤레 가지고 싶었지만 꽃신 아닌 슬픔을 사지나 않을까 두렵다, 나는 먹구름 속에 자취를 감추기 직전 길을 더듬어보는 눈초리로, 꽃신을 바라보았다. 꽃신이 세 켤레 남았을 때 나는 그곳에 차마 가지 못했다. 예쁘게 꾸며진 꽃신의 코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훌쩍 뒤돌아설 것 같아 더 이상 찾아 못 갔다." 


어릴 때는 왜 그렇게 새신이 좋았던지 모른다. 그런데 당시 부모님은 디자인도 엉성하고 품질도 조악한 시장표 신발만 사주었던 기억이 있다. 나 역시 어린 마음에 그 당시 유행했던 스포츠 메이커 신발을 사고 싶었지만 비싸다고 사주지 않아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중학교를 매일 걸어서 오고 가며 교통비를 3달을 모아 샀을 때의 기쁨이 아직도 생생하다. 

책 쓰는 모험은 독자에게 어떤 기억과 느낌을 주느냐가 달려 있기에 힘든 것이다. 완전하게 번역되었다는 세계문학이라도 원작으로 보면 그 맥락이 다르게 읽힐 수 있다. 작가는 영어로 된 글 가운데 어떤 신이나 말 한마디라도 어물어물 넘어가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것이 책 쓰는 모험을 제대로 해보는 것이다. 

김용익은 1948년부터 영어로 소설을 쓰는 모험을 시작하여 90년대 중반까지 작품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그는 영어로 집필한 작품을 자신이 직접 한국어로 다시 쓰는 작업을 하면서 이 과정을 '재창작'이라고 말했다. 그의 소설은 미국 초등학교 영어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논문 등의 초록에 사용될 영문은 써본 적이 있지만 소설을 쓴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 기록되고 있는 소설가의 일생은 1964년 미국에서 Blue in the Seed라는 책이 미국에서 처음 발간되고 영국, 덴마크, 오스트리아, 독일에서 출간되면서 새롭게 시작되었다. 

가장 세계적이면서 가장 한국적인 작가라는 김용익은 1920년에 태어나 1995년까지 살았다. 경남 통영에서 출생한 그는 일본 동경 아오야마 학원 영문과를 졸업했다. 영어로 소설을 쓴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김용익의 형 김용식은 주요 대사를 역임하고 1963년 외무부 장관으로 기용되었고 유엔 대사, 대통령 외교담당 특별보좌관등을 맡았다. 

나라 전체가 어려운 때였지만 김용익을 포함한 3남매는 통영에서 단란한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자신들의 꿈을 키워나갔다고 한다. 아버지 김채호는 통영의 읍장을 지냈으며 1955년 통영읍이 충무시로 승격되면서 충무시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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