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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4. 2018

바다의 춤

바다 춤으로 물들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가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바다가 춤추는 것 같이 보일 때가 있다. 푸른색의 물결이 넘실대는 느낌의 바다는 춤으로 표현한다면 어떨까. 빛나는 전통춤이라는 주제로 찾아가는 문화 활동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춤이 선보이는 곳이 있었다. 보령 문화의 전당 대강당에 가면 '바다 춤으로 물들다'라는 주제로 공연이 열렸는데 그 리허설장에 먼저 찾아가 보았다. 

바다는 오래전부터 춤을 좋아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매해 초가 되면 어부들의 만선을 기원하고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제사를 지낼 때 춤도 같이 했던 것이 아닐까. 새벽의 바다는 어스름하면서도 스산하지만 끝없이 파도소리가 들리면서 숨을 쉬고 있다.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저 수평선 너머에서 올라오는 태양을 보았을 것이다. 스산하고 어두운 바다에 한 줄기의 광명의 빛을 비추면서 올라오는 태양의 이글거림은 파도에 부딪쳐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한다. 마치 바다에 한 움큼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낮에는 바다의 참모습을 보여주면서 가시광선 중 푸른색이 바다에 그대로 잔상을 남긴다. 춤은 소라가 품은 파도처럼 음악과 함께 다이내믹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가서 저 수평선 너머로 태양이 고개를 숙이며 내일 다시 떠오르게 될 것을 기약하면 다시 춤은 시작이 된다. 밤이 되어 찾아온 바다는 여전히 반짝거리면서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파도의 포말은 여전히 끝없이 부서지고 이제는 달빛이 바다를 품는다. 

춤은 그렇게 계속된다. 이 공연에 참여하는 무용수들만 13명에 이른다. 이들과 합을 맞출 타악그룹은 진명이며 대금과 아쟁, 피리, 태평소, 가야금이 함께하게 된다. 


결국 바다는 춤으로 물들어가고 매일 아침, 낮, 저녁, 밤을 오가며 여전히 바다만의 춤을 넘실넘실 대면서 추고 있다. 그리고 그 춤은 인간이 만들어낸 무용으로 새벽의 바다, 빛과 파도, 윤슬화첩이라는 주제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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