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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6. 2015

귀성전쟁

명절의 또 다른 이름

추석은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 중 하나로 한민족의 대명절이다. 그 유래는 고대국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된 풍속이다. 온 나라 사람들이 음식을 빚어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음주가무를 즐겼는데 그 전통이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화했지만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되었다. 대가족 중심에서 가족중심으로 변하면서 함께 즐기는 명절에서 구색 갖추기 명절로 변화했다. 


1년 중 가장 달이 밝은 날을 즐기러 가는 추석의 귀성전쟁은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준비가 필요한 명절


이제는 부모세대들도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옛날처럼 시골에 가서 윷놀이도 하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그런 풍경은 사라졌다. 그렇지만 도시에 거주하는 부모에게 가려면 고속버스나, 기차, 자가용 등을 이용해서 가야 한다. 그냥 갈 수도 없다. 부모와의 왕래가 뜸한 요즘 양손이 묵직할  수밖에 없다. 현금이 최고이긴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들고 가서 성의표시는 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결혼 한 사람의 경우 남자는 양쪽을 모두 신경 써야 하는데 자칫 시댁 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는 인상을 와이프가 받게 되면 전쟁의 시초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쌓였던 것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피곤한 여정?


명절 때마다 뉴스나 언론사는 신이 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시시각각으로 중계해준다. 그나마 기차라도 타고 가는 사람들은 제시간에 도착하겠지만 버스 전용차선이 있다 하더라도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시댁과 처가가 떨어져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도로에 버리는 시간이 하루  이상되기도 한다. 


시댁이냐 처가냐 이것이 문제로다.


한쪽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양가 어른이 모두 살아계시다면 명절 때 양쪽을 모두 가야 한다. 어디가 먼저냐의 문제이지 가긴 가야 한다. 남자는 시댁이 편할 테고 여자는 처가가 편하다. 남자의 경우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시댁이나 처가 양쪽 어디를 가도 제사 지낼 때 빼고 가사노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댁에서는 생전 모르는 사람처럼 남이 되고 처가에 가서는 손님 대접을 받는다. 평소에 와이프에게 잘해준 것이 없다면 여자의 스트레스 지수는 천장을 뚫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 지수를 눈치채지 못한 남자라면 집으로 컴백했을 때의 전쟁을 예상해야 한다. 


남자도 편하지는 않다. 


남자라고 해서 추석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선 양쪽에 드릴 선물이나 현금 등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처가나 시댁에 벌이가 괜찮은 형제자매가 있다면 묘하게 신경 쓰인다. 명절 때 적지 않은 가사노동에 매달려야 하는 여자의 입장을 전혀 모르지는 않지만 일부러 외면하는 것도 있다. 명절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도 했는데 가서 눈치 보는 스트레스까지 감당해야 하나? 전혀 모른다기 보다는 외면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여자는 명절이 피곤하다. 


대부분의 가정이 맞벌이를 하는 요즘 여자는 할 말이 많다. 경제적인 것을 같이 감당하고 있는데 왜 명절 스트레스는 자신만 받아야 하는지 억울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남자들은 이야기한다. 1년에 그 며칠 못 참냐고 말이다. 문제는 1년 동안 남자들이 여자에게 잘했냐는 것이다. 남편이 잘하는데 머 그 정도의 수고는 해줄 수 있다. 게다가 게으른 시누이는 자신의 처가라고 와서 편히 쉬려고만 한다던가 남편의 다른 형제의 와이프들은 뭐가 그리 당당한지 일하는 흉내만 내고 완전히 상전이다. 제사를 왕실에서 지내는 것처럼 제대로 지내려는 집안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하루 전날부터 전부 치고 온갖 요리를 다하고 나면 제사 지내는 아침이나 돼서야 얼굴을 내밀면 밉상지수는 천장을 뚫고 올라간다. 


귀성전쟁


명절은 모든 가정에게 의미가 있다. 그리고 1년에 가족과 가장 오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소통이 되지 않았던 가정은 오래 있는 시간이 미래에 있을 전쟁을 만드는 시점이 되기도 한다. 이런 명절이 여러 번 반복되면 그 가정은 균열이 가기 시작하고 결국 깨지게 된다. 서로 떨어져서 각자의 일에 빠져 있다가 갑작스럽게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서로의 집안에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는 것을 보는 순간 평소에 자신에게 했던 행동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면서 감정에 큰 골을 남긴다. 


명절 때 전국은 큰 차량의 흐름이 곳곳으로 흘러 다닌다. 귀성전쟁은 각자의 가정에 또 다른 감정 흐름을 만든다. 귀성전쟁을 진짜 집안 전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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