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Sep 29. 2018

가을 만끽

누구와 같이 오고 싶은 공간

나무로 깎은 부엉이가 이렇게 많은 곳은 많이 보지 못했다. 아산의 영인산 수목원은 특히나 가을에 멋진 풍광을 보여주는 곳으로 추천할만한 곳이다. 수목을 만날 수 있는 수목원의 느낌보다는 여유와 느낌이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산 정상에 가면 서해 바다, 삽교천, 아산만 방조제와 아산 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곳에서도 충분히 멋진 풍광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산행 아닌 산행을 시작하였다. 충남 서북부 지역에 위치한 영인산은 예부터 산이 영험하다 하여 영인산(靈仁山)이라 부르고 있고 정상에 백제 초기의 석성으로 추정되는 영인산성이 위쪽에 있다. 

아산을 자주 오지 않아서 그런가. 조금은 독특한 느낌이 든다. 주변에 영인산 같은 곳이 있다면 자주 와서 휴식을 취할 듯하다. 아산 영인산에는 입구의 포레스트 어드벤처를 비롯하여 계곡 학술 지구, 중심 활동 지구, 습지 활동 지구, 스카이 어드벤처, 산립박물관등으로 조성이 되어 있고 그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정상에 다다른다. 

수목원 입구에는 앙증맞은 초가집과 고양이 닭 모형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순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보는 것만 보고 생활 터전에서만 살기에 새로운 풍광을 보는 경우가 많지 않다. 

생태습지지구를 보기 위해 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올라간다. 세상에는 돈이 되지 않는 일과 돈 되는 일의 경계가 모호 해질 때가 있다. 지금 바로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서 안 하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드디어 생태습지지구에 올라왔다. 요리를 하는 일은 지금 돈이 되지는 않지만 때론 큰 만족감을 준다. 특히 좋은 재료를 준비하면서 음식을 상상하는 일은 인생의 색깔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일 중에 하나다. 

너른 공간에 만들어진 조각상과 그리고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아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인생은 좋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오는 합주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곳에 오면 누군가가 생각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더 오래, 더 멀리, 더 즐겁게, 더 행복하게... 가기 위해서는 인생 합주를 잘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대에서 독주를 하듯이 혼자서 연주할 때도 있지만 합주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추석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연꽃이 피어 있다. 물론 많지는 않지만 때늦은 계절에 아직도 아름답게 피어 있는 연꽃이 좋다. 

이곳을 누군가와 함께 오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는 부엉이 때문이기도 하다. 나무로 만든 부엉이가 지천에 있다. 일반적으로 올빼미와 부엉이를 구별하는 것은 귀깃을 보면 알 수 있는데 귀깃이 있는 것은 부엉이고 귀깃이 없는 것은 올빼미로 구별한다. 

야행성 조류로 밤에 활동하며 낮에는 물체를 잘 보지 못하는데 이러한 생태에서 기인한 듯 어리석어 이해타산이 분명하지 못한 셈을 부엉이 셈이라고 하지만 부엉이는 돈과 복을 불러다 준다고 알려져 있다. 

지혜를 상징하며 많은 재물을 얻으며 부와 행운을 주는 부엉이는 집들이 선물이나 가까운 사람의 선물로 좋다. 부엉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여신 아테나(미네르바)의 신조(神鳥)로 전쟁과 지혜의 여신으로 불리는 아테나는 종종 부엉이를 데리고 다녔다고 하는데  캄캄한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사람이 못 보는 것을 보고,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에 기인하였다. 

헤겔은 자신의 말을 통해 지식인의 운명을 비판적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황혼이 내려야 비상을 시작한다는 부엉이는 지혜의 신이지만 무언가가 벌어지고 나서야 그것을 분석하고 해석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적어도 필자는 낮에 이곳에 와서 돌아봤으니 낭만적인 상상력을 부여하는 부엉이의 장점을 가지면서 미학적 경험을 한 셈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내려야 비상을 시작한다.”  헤겔

"촛불과 안경이 아무리 좋아도 부엉이는 아무것도 보려 하지 않는다"  코르넬리스 블루메르트(Cornelis Bloemaert II)

매거진의 이전글 구이의 계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