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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9. 2018

육쪽마늘

마늘 까기의 달인이 될까? 

얼마 전 해외여행을 갔다 왔는데 말을 타다가 조금 무리를 해서 왼발목이 부었다. 그때 가까운 지인이 발이 부은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도 잠시 예전에 말했던 마늘을 사 오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했다. 즉... 발이 아프니 돌아다니지 말고 마늘을 사 와서 열심히 까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미였다. 이러다간 집에서 반강제로 갇힌 채 마늘만 까게 되지 않을까. 곰은 마늘을 먹고 사람이라도 되었지만 마늘을 까고 무언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보았다. 

지난번에는 팔봉산에 가서 육쪽마늘을 사 왔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크기가 실한 마늘을 사기 위해 서산의 대표시장인 서산동부 전통시장을 찾았다. 서산은 바다와 면한 곳이기 때문에 질 좋은 해산물이 적지 않다. 

생각해보니 서산의 시장은 처음 와본다. 서산의 해미읍성은 여러 번 가보았지만 시장은 처음이다. 마치 남해의 시장을 보는 듯한 풍경이다. 거의 대부분의 점포가 수산물을 파는 곳 위주로 조성이 되어 있다. 

가을 수꽃 게라고 하지만 가을에도 알을 실은 암꽃게도 있다. 가격은 암꽃게가 조금 더 비싼 편이지만 1kg에 30,000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분명히 손질해서 찜이나 탕을 해서 먹으면 손에서 냄새가 여러 날 안 가실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카드를 내밀게 된다. 

우선 서산 육쪽마늘을 사 오라고 했으니 마늘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서산 육쪽마늘은 깐 마늘도 있지만 스페인이나 중국 마늘과 달리 1kg에 20,000원까지 차이가 난다. 즉 50,000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는 양을 30,000원어치만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마늘을 까라고 했던가. 

역시 팔봉산에서 보는 마늘보다는 조금 더 실하다. 서산 육쪽마늘로 음식을 해보면 역시 이 마늘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격대는 다양한데 한 접에 10,000원부터 15,000원, 30,000원, 45,000원까지 있다. 적당하게 주고 섞어서 구매를 했다. 

시장을 둘러보니 서산시장은 해산물이 위주이기 때문에 농산물은 생각보다 적은 편이다. 색깔이 진한 것보다 청양고추로 만든 고춧가루는 조금은 색깔이 담백하다. 청양 고춧가루로 김치를 만들까 음성 고춧가루로 만들까 고민 중이다. 

자 사온 마늘을 이렇게 잘 담아봤다. 중국 마늘이라면 이것보다는 많겠지만 육쪽마늘을 먹어보면 생으로 먹어도 부담이 없는 것에 다시 찾게 된다. 원래 마늘을 오래 두고 먹기 위해서는 이대로 그냥 보관하는 것이 좋지만 그냥 까 본다. 봉지로 잘 나누어서 냉동고에 넣어두면 오래 두고 사용할 수는 있다. 지난번에 사 온 마늘도 3주 정도 지났는데 멀쩡하다. 역시 서산 마늘이 좋다. 

흙에서 자라나는 마늘이라서 물을 부었더니 흙탕물이 되었다. 물에 담가 두면 까기가 조금 더 편하다. 편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조금 더 수월하다고 생각하면 좋다. 마늘의 양이 적지 않아서 오래 걸린다. 마늘을 완전히 까기까지 걸린 시간은 7시간 가까이 된 듯하다. 

1차로 까고 물을 부어서 씻어 흘리고 난 비주얼이다. 이 상태에서도 충분히 더 깔 것이 남았다. 마늘은 다 깐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시작이다. 

자 드디어 미션이 완료되었다. 이제 신문지에다가 올려서 잘 말린 다음에 개별 포장하는 일만 남았다. 서산 육쪽마늘을 까고 보니 일반 마트에서 파는 마늘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손에서 마늘 냄새가 계속 나는 것 같다. 마치 마늘 향수를 몸에 뿌린 것 같다. 적어도 몸에는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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