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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쪽마늘

마늘 까기의 달인이 될까?

얼마 전 해외여행을 갔다 왔는데 말을 타다가 조금 무리를 해서 왼발목이 부었다. 그때 가까운 지인이 발이 부은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도 잠시 예전에 말했던 마늘을 사 오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했다. 즉... 발이 아프니 돌아다니지 말고 마늘을 사 와서 열심히 까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미였다. 이러다간 집에서 반강제로 갇힌 채 마늘만 까게 되지 않을까. 곰은 마늘을 먹고 사람이라도 되었지만 마늘을 까고 무언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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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는 팔봉산에 가서 육쪽마늘을 사 왔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크기가 실한 마늘을 사기 위해 서산의 대표시장인 서산동부 전통시장을 찾았다. 서산은 바다와 면한 곳이기 때문에 질 좋은 해산물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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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서산의 시장은 처음 와본다. 서산의 해미읍성은 여러 번 가보았지만 시장은 처음이다. 마치 남해의 시장을 보는 듯한 풍경이다. 거의 대부분의 점포가 수산물을 파는 곳 위주로 조성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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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수꽃 게라고 하지만 가을에도 알을 실은 암꽃게도 있다. 가격은 암꽃게가 조금 더 비싼 편이지만 1kg에 30,000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분명히 손질해서 찜이나 탕을 해서 먹으면 손에서 냄새가 여러 날 안 가실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카드를 내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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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서산 육쪽마늘을 사 오라고 했으니 마늘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서산 육쪽마늘은 깐 마늘도 있지만 스페인이나 중국 마늘과 달리 1kg에 20,000원까지 차이가 난다. 즉 50,000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는 양을 30,000원어치만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마늘을 까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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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팔봉산에서 보는 마늘보다는 조금 더 실하다. 서산 육쪽마늘로 음식을 해보면 역시 이 마늘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격대는 다양한데 한 접에 10,000원부터 15,000원, 30,000원, 45,000원까지 있다. 적당하게 주고 섞어서 구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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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둘러보니 서산시장은 해산물이 위주이기 때문에 농산물은 생각보다 적은 편이다. 색깔이 진한 것보다 청양고추로 만든 고춧가루는 조금은 색깔이 담백하다. 청양 고춧가루로 김치를 만들까 음성 고춧가루로 만들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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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사온 마늘을 이렇게 잘 담아봤다. 중국 마늘이라면 이것보다는 많겠지만 육쪽마늘을 먹어보면 생으로 먹어도 부담이 없는 것에 다시 찾게 된다. 원래 마늘을 오래 두고 먹기 위해서는 이대로 그냥 보관하는 것이 좋지만 그냥 까 본다. 봉지로 잘 나누어서 냉동고에 넣어두면 오래 두고 사용할 수는 있다. 지난번에 사 온 마늘도 3주 정도 지났는데 멀쩡하다. 역시 서산 마늘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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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자라나는 마늘이라서 물을 부었더니 흙탕물이 되었다. 물에 담가 두면 까기가 조금 더 편하다. 편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조금 더 수월하다고 생각하면 좋다. 마늘의 양이 적지 않아서 오래 걸린다. 마늘을 완전히 까기까지 걸린 시간은 7시간 가까이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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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로 까고 물을 부어서 씻어 흘리고 난 비주얼이다. 이 상태에서도 충분히 더 깔 것이 남았다. 마늘은 다 깐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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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드디어 미션이 완료되었다. 이제 신문지에다가 올려서 잘 말린 다음에 개별 포장하는 일만 남았다. 서산 육쪽마늘을 까고 보니 일반 마트에서 파는 마늘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손에서 마늘 냄새가 계속 나는 것 같다. 마치 마늘 향수를 몸에 뿌린 것 같다. 적어도 몸에는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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