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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4. 2018

피그말리온

갤러리 도미닉의 전시전

갤러리, 전시전이 있는 천안 예술의 전당 부근에는 작은 전시전을 열고 있는 카페들이 여러 곳 있다. 갤러리이면서 카페의 역할을 하는 곳들이다. 그중에 한 곳인 갤러리 도미닉은 지난 2일부터 11월 4일까지 피그말리온 꿈의 정원이라는 주제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전을 열고 있어 찾아가 보았다. 피그말리온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몰라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피그말리온 이야기는 낭만적이면서 해피엔딩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화자 되고 작품으로도 만들어졌다.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에서 전쟁의 여신으로 숭배되었던 아프로디테 여신상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조각가였던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여자를 상아로 조각하여 실물 크기로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여인상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런 여인과 결혼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이에 아프로디테가 그의 기도에 응답하여 여인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고, 피그말리온은 인간이 된 그 여인상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작품들이 비교적 젊고 화사하며 감상하기에 편하다. 추상적이라기보다는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작품들을 보면 그 작품을 그린 사람의 나이라던가 그 분야로 들어온 시기를 알 수 있다. 젊은 색이 명확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천안에 자리한 갤러리 카페답게 천안에서 열리는 축제라던가 전시전의 포스터를 볼 수 있다. 모두 지난 것이지만 이미 한 번 씩 다룬 적이 있어서 그런지 매우 친숙하다. 

손으로 써 내려간 길이만큼 삶이 이어지는 것 같은 작품과 가을 코스모스에 어울리는 화폭의 그림이다. 

이 땅의 정상적인 아버지의 뒷모습이 저러하지 않을까. 오랜 시간 삶을 열심히 살고 나서 황혼이 물든 언덕에서 조용하게 인생의 뒷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니 동백꽃을 안 본 지가 오래되었다. 남쪽으로 내려가던지 서해안에 있는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의 동백꽃을 보러 가던지 해야 되는데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잊고 살았나 보다. 겨울철 눈 속에서 피는 붉은 꽃으로 유명한 동백꽃은  추운 겨울에도 정답게 만날 수 있는 친구에 빗대어 세한지우(歲寒之友)라 부르기도 한다. 

동백꽃 옆에 눈을 감은채 물에 몸을 뉘인 듯 보이는 여자의 모습에서 평온함이 느껴진다. 개울인지 바다인지 수영장인지 욕조인지 모르지만 물속에서의 여유와 만끽하는 자유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다소 평범해 보이는 여인의 상이다. 대지의 여신이라도 그리려고 했던 것일까. 대지의 여신은 데메데르로 농업의 신이다. 대지의 여신의 딸이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게 납치당했다가 돌아왔지만 1년의 1/3을 저승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걱정과 슬픔 때문에 대지를 돌보지 않았고, 딸이 지상으로 돌아오면 여신은 다시 대지에 축복을 내리고 정성껏 돌보아 대지는 기름졌다고 한다. 그래서 사시사철 기름지지 않은 것일까. 

카페이면서 갤러리로서의 공간 활용이 잘된 곳이다. 작품전시전이 계절마다 때론 월마다 바뀌는 곳이니 매번 새로운 느낌을 주는 카페로서의 의미가 있다. 

작품들은 작가의 생각을 투영한다고 했던가. 바닥에 비추어지는 작품들의 모습에서 여러 작가들의 생각이 스며들어 이 공간에 떠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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