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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6. 2018

물괴

조선 명탐정의 번외 편?

이 영화를 보고 나서의 느낌은 딱 조선 명탐정의 짝퉁판이거나 좋게 말하면 번외 편 정도로 볼 수 있다. 어찌나 뻔한 스토리에 연기는 판에 박은 듯 똑같고 혜리는 어찌나 어색한지 보는 사람 무안하게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영화 스토리를 대충 쓰고 자신의 연기가 어디가 모자란 지 확인 안 하고 연출하면 좋은가? 그냥 궁금했다.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영화를 만드는지 말이다. 물론 좋게 보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좋게 볼 수 있다. 손은 음식을 만들면서 영화는 틀어놓고 가끔 딴짓도 하고 때론 노래도 불러가면서 본다면 킬링타임용으로는 괜찮을 수는 있다. 

중종반정으로 임금에 오른 지 22년이 지난 후에 거대한 물괴가 나타나서 백성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반정으로 지지기반이 약한 중종을 흔들려는 기득권이 계략을 세웠다는 설정인데 전체적으로 서사구조는 너무나 뻔하기에 하나 기댈 것이 있다면 연기자의 연기력이었다. 조선 명탐정보다 조금 더 진지해진 김명민의 연기와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사라진 오달수의 자리를 김인권이 채웠다. 사물 물(物), 괴이할 괴(怪), 물괴라 부른다는데...

어리석은 백성들이 미혹되어 형태가 있다고도 하고 

혹은 소리와 냄새가 났다고도 하니, 

근거 없는 괴설(怪說)이 어쩌면 이렇게 심할 수가 있겠습니까? 

슬기로운 이는 미혹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진실로 사실을 밝혀 진정시켜야 할 것입니다. 

-중종 22년 6월 26일, 조선왕조실록 中-


저 기록을 가지고 스토리를 구성하였다. 김명민, 김인권, 이혜리, 최우식 물괴 수색대 4인방이 이 영화의 핵심이지만 우선 악역이 허술하다. 임금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영의정 ‘심운’을 연기한 이경영은 이미 이미지가 너무 많이 사용되어서 소진되어버렸다. 내금위 부장이자 ‘심운’의 오른팔인 ‘진용’ 역의 박성웅은 윤 겸과 대립각을 세우기에 부족해 보였다. 

과거 ‘윤겸’이 내금위장이던 시절 ‘성한’은 그를 믿고 따르는 충직한 부하였다. ‘윤겸’이 궁을 나올 때 그를 따르며 강한 의리를 다졌던 두 사람은 세월이 흘러 서로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사이로 그려진다. 이 설정은 뭐 익숙하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주고 때론 구해주는 사이다. 

한국형 크리쳐 액션 사극의 탄생을 목표로 삼은 듯 보였지만 오락영화로서의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혜리는 그냥 응답하라 1998에서의 연기가 전부처럼 보였다. 앞으로 응답하라 1999, 2000, 2001 이렇게 시리즈로 나온다면 그곳에만 출연하면 어떨까. 


마늘 두접을 까는데 필요한 인내와 영화 물괴를 감상하는 인내는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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