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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가을

금산 태고사

태고사를 얼마만에 다시 오게 된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태고사는 조금 특이한 느낌의 사찰이다. 사찰의 규모는 크지는 않지만 가을에 오면 멋진 풍광을 만날 수 있어서 여행지로는 제격이다. 태고사는 해골물로 유명한 원효가 창건한 사찰이다. 배움이나 깨달음은 장소나 제약을 가리지 않고 찾을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깨달음을 얻었던 원효는 이곳을 발견하고 너무나 기뻐서 3일 동안 춤을 추었다고도 하며, 한용운(韓龍雲)이 대둔산 태고사를 보지 않고 천하의 승지(勝地)를 논하지 말라라고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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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우고도 10여분은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가을단풍의 울긋불긋한 색감이 태고사로 올라가는 길목에 수를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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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는 깨달을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깨달음은 인간이 유일하게 동물과 구분될 수 있는 길이다. 제대로 모르고 있던 사물의 본질이나 진리 따위의 숨은 참뜻을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 기능을 배우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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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올라오다 보니 오래간만에 보는 석문이다. 말그대로 자연이 만들어놓은 돌로 된 문이다. 처음에 이 석문을 보았을때 참 특이하다라는 생각과 함께 무언가 다른 세상으로 가는 문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태고사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곳에 돌로된 석문에는 우암 송시열 선생이 친필로 석문이라고 쓴 것이 음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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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문을 우회해서 갈수도 있지만 태고사로 들어가거나 나가는 길은 석문으로 가야 제맛이다. 석문으로 나와서 걸어서 올라오니 가을세상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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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사는 조선 중기에 진묵(震默)이 중창했는데 송시열(宋時烈)의 수학지(修學地)로도 유명한 이 절은 6·25 때 전소된 것을 주지 김도천(金道川)이 30년 동안 이 절에 머무르면서 대웅전·무량수전(無量壽殿)·요사채 등을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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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사의 이 풍광은 말그대로 절경이다. 마치 떠 있는 건물과 그 아래로 펼쳐지는 가을 단풍이 잘 어울린다. 그리고 좌측으로 계단이 마치 하나의 조각과 같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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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의 기기묘묘한 형태의 암봉들이 병풍처럼 첩첩 쌓여 있고 산전체가 마치 잘 가꿔 논 분재같아 보인다. 호남의 소금강이라는 대둔산은 전국 12승지 절터중 하나라는 태고사와 궁합이 좋다. 우거진 산림속에서 산림욕뿐만이 아니라 멋진 경관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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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사의 영험설화로는 전단향나무로 조성된 삼존불상을 개금(改金)할 때 갑자기 뇌성벽력과 함께 폭우가 쏟아져서 금칠을 말끔히 씻어 내렸다는 전설과 잃어버린 태고사 불궤에 얽힌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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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사라는 사찰보다 그 자리가 더 탐이 나는 바로 이곳은 가장 짧은 시간에 멋진 가을을 만날 수 있는 명소다. 멀리 지리산이나 설악산까지 가지 않아도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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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사방이 산이다. 첩첩히 중복된 산능선이 온 시야를 가득채운다. 한 낮에도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지만 해가 질때면 어떻게 그려질지 예상할 수 없는 한 폭의 가을 명화를 감상할 수 있기도 하다. 매일매일 다른 명화를 틀어주는 태고사의 풍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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