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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16. 2018

거닐까 낚을까

천안 마정 저수지

거니는 것과 낚는 것은 다르다. 거니는 것은 지나가는 것이고 낚는 것은 머물러야 가능하다. 두 가지다 삶의 여유를 즐기는 방법이라는 것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천안 서북구 직산읍 마정리에 있는 천안 마정 저수지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명소이지만 주변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거니는 장소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사람이 만들려고 하면 인위적인 느낌이 나지만 자연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빛은 오묘하고도 깊다. 필자는 마정 저수지를 낚는 곳보다는 거니는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지인들과 함께 낚시를 하러 온 사람들은 해가 저무는 시각이라서 그런지 텐트를 치기에 바쁘다. 

조선시대 이전에는 막연하게 제언(堤堰)이라 불렀던 이런 공간은 수리시설의 기능이 분화되면서 최근에는 보(洑)·방조제(防潮堤) 등과 구분하여 저수지라 불리게 된다. 남한에 있는 대표적인 저수지는 백제시대에 만들어진 김제 벽골제 ( 제방길이 3,245m, 제방 기부(基部)의 너비 21m, 제방 상부의 너비 10m, 제방 높이 5.7m, 저수면적 37㎢), 당진 합덕제(合德堤), 제천 의림지(義林池), 정주  눌제(訥堤), 익산 등제(黃登堤)등 역사가 깊다. 

낚시를 하기 좋은 포인트에는 이렇게 낚싯대를 놓을 수 있도록 데크가 만들어져 있다. 현대적인 저수지의 원형은 일제강점기 당시 식민지 수탈정책의 하나로 미곡 증산을 기하고자 수리시설을 계속 확장하여 만들어지게 된다. 

낚시를 하는 사람은 하는 사람대로 즐기고 걷는 사람은 걷는 사람대로 여유를 즐기고 여유를 만끽하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물을 담아놓는 것은 농경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저수지의 이용은 남부 아시아와 북부 아프리카에서 유럽 및 기타 대륙으로 전파되었다고 하는데 최근에 인도의 한 대양에서 발견된 흔적에 의하면 물을 담아놓은 것이 무려 7,500년 전의 것이라고 탄소연대측정에서 밝혀졌다고 하는데 사실이라면 수리와 사람의 삶은 상당히 오래된 것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누가 물을 가두어놓았든 간에 물이 모이면 고기가 모이고 고기가 모이면 낚시꾼들이 찾아온다. 요즘에는 저수지를 관광자원으로 보고 데크길을 조성하고 주변에 스포츠 공간이나 체험시설 등을 만들어놓는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10월 천안의 걷기 여행길로 천안의 마정 저수지는 괜찮은 곳이다. 이곳에 담긴 물을 보니 올해 가뭄 걱정은 없어 보인다. 천안의 저수지를 비롯하여 전국 농업저수지와 다목적댐 저수율도 이달 1일 기준 평년 대비 각각 116%를 기록하는 등 평년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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