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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8. 2018

별주부전

비토섬과 월등도의 야경

사천시에는 저도, 늑도, 초양도, 별학도, 신수도, 월등도, 진도, 모개도, 비토섬 등 수많은 섬이 있다. 그중에서 전래동화가 이어지고 있는 곳이 있다. 사천시의 끝자락으로 가면 비토섬을 통과하면 월등도가 나온다. 비토섬은 이전에 가본 적이 있지만 월등도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비토섬에 붙은 작은 섬 월등도는 어떤 곳일까. 

해가 저물어가기 시작했다. 차량통행도 뜸하고 인적도 거의 없는 이곳에 홀로 석양을 보는 시간은 날이 추워서 그런지 썰렁했다. 야경을 보면서 떠나는 남도의 야경 여행은 조금은 독특하다. 이곳에는 별주부전의 이야기를 담은 비토섬이 있다. 섬의 모양이 날아가는 토끼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 이름 붙은 이곳은 토끼섬을 비롯해 거북섬, 목섬, 월등도 등이 있는 남도의 여행지이다.

데크에서 조금 쉬어보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날이 차갑다.  이곳 비토섬은 날 비(飛), 토끼 토(兎) 자로 토끼가 날아올랐다는 전설에서 유래하였는데 토끼를 그대로 빼닮은 토끼섬, 납작 엎드린 거북 모양의 거북섬, 그리고 월등도를 만날 수 있다. 

물이 많이 빠져나갔는데 배가 갯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앞바다에서는 볼락과 도다리뿐 아니라 감성동과 농어 등 고급 어종까지도 다양하게 잡히는 곳이어서 낚시공원까지 조성이 되어 있다. 

다시 비토섬 안쪽으로 들어와 보았다. 필자를 반겨주는 것은 바다 위에 여유롭게 떠 있는 배뿐이었다. 

진짜 토끼가 이곳으로 왔을지는 모르겠지만 토끼가 자라의 등을 타고 오는 장면은 참 신기하면서도 색다른 장면이었을 것이다. 육지와 바다 사이에 두 번씩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하는 판이한 두 세계의 중간에 있는 갯벌은 육상과 해상의 생태계 완충작용과 연안 생태계유지물로도 괜찮다. 

서로 다른 속내를 가지고 이곳까지 와서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토끼전 혹은 별주부전은 무려 대략 100여 종의 이본이 전하고 있다. 별주부전은 인도 설화에 뿌리를 둔 불전 설화(佛典說話)를 근원 설화로 하고 있는데 주색에 빠져 병이 들고 어리석게도 토끼에게 속아 넘어가는 용왕과 어전에서 싸움만 하고 있는 수궁 대신들은 당시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사회의 인물들을 투영하고 있다고 한다. 

저곳이 작은 섬 월등도다. 섬을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바로 하루 두 번 썰물 때를 맞춰 산책을 즐겨보는 것이 좋지만 야경이 비추어지는 이때에는 썰물이 아니라서 건너가 보지는 못했다. 

고성을 비롯하여 사천 등에서는 이런 암석을 많이 볼 수 있다. 예전에는 공룡이 걸어갔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갯벌에는 생태계가 훌륭하게 보전되어 있어 아이들과 자연 생태 체험을 나서기도 좋은 곳이기도 하다. 

저 건너편의 월등도는 용궁에 다녀온 토끼가 발을 디딘섬으로 구전되며, 비토섬과 오가는 뗏목도 설치되기도 했다. 

별주부전에서 토끼는 서민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바닷속 수궁에서 호의호식(好衣好食)과 높은 벼슬을 할 수 있다는 자라의 말에 속아 죽을 지경에 이르지만, 끝내 용왕을 속이고 수궁의 충신 자라를 우롱하면서 최후의 승리를 얻는 것으로 귀결이 된다. 달이 무척이나 밝다. 달이 수면에 드리운 빛이 내가 있는 자리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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