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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4. 2018

돌리네 습지

문경의 23번째 습지보호지역

일반 사람들은 돌리네(doline)라는 지역명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돌리네는 석회암지대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 지하수 등에 용해되어 형성된 접시모양의 웅덩이인데 일반적으로 배수가 잘되어서 물이 고이지 않지만 특이하게 습지가 형성되기도 한다. 작년 6월에는 문경의 특이한 지형을 가지고 습지가 형성된 돌리네 습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이 되었다. 문경을 자주 왔지만 돌리네 습지를 가본 것은 처음이었다. 

문경 돌리네 습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산행을 해야 갈 수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돌리네 습지는 문경시 산북면 굴봉산 일대에 조성이 되어 있는데 굴봉산 정상부에 위치한 산지형 습지로 면적이 49만 4,434평방미터에 이르고 있다. 

갑작스럽게 산행이 시작되었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이 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아 문경시는 2018년과 2019년에 이곳을 지역 생태관광명소로 발전시키기 위해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습지 지형과 특성을 고려하여 생태탐방로, 관찰데크, 생태체험, 교육시설 등을 설치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한국 지형에서 육상에 만들어진 습지는 많지 않다. 특이한 지형뿐만이 아니라 지질학적인 가치와 더불어 멸종위기 야생생물 6종과 희귀 식물 3종 등 총 731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자원이기도 하다. 

문경에는 주흘산을 비롯하여 산세뿐만이 아니라 멋진 풍광을 만들어내는 산이 즐비하기에 돌리네 습지가 있는 낮은 산인 굴봉산은 상대적으로 알려진 것이 많지 않지만 낮은 산이라서 산행하는 데에는 부담이 없다. 

돌리네 습지로 가는 길에 가장 많이 만나는 풀은 바로 억새다. 물억새는 억새와는 달리 습지에서 무리 지어 사는데 갈대와 억새를 구분하는 방법은 꽃의 색깔이 흰색에 가까우면 억새, 키가 큰 편이고 꽃의 색깔이 갈색에 가까우면 갈대로 구분하면 된다. 

조금은 특이한 지형에 조성된 습지다. 생각만큼 멋진 풍광은 아니지만 독특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는 환경부가 지정한 습지가 2018년을 기준으로 총 24개다. 대표적인 습지보호지역으로 우포늪, 화엄늪, 낙동강 하구, 물영아리 오름, 무제치늪 등이 있다. 

억새풀은 높은 곳에서 만날 수 있고 갈대는 아래에서 만날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전히 받더라도 견딜 수 있는 억새와 친구였다는 갈대는 억새와 헤어진 후 내려가다가 더 이상 갈 수가 없어서 바다가 보이는 강가에 자리를 잡고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이 발굴된 것이 11년이지만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의 지역이 토지소유자가 있어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추진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주변에서는 습지 보호지 역임에도 불구하고 밭으로 되어 있어서 개간되고 있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곳은 보통 물이 배수가 잘되어서 지형이 동굴처럼 변하기도 하는데 이곳에 물이 고이게 된 것은 탄산칼슘이 용해되고 남은 불순물이 쌓여서 형성된 점토질 토양(테라로사)으로 인해 습지로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국내에도 다른 곳도 있지만 연중 수량이 유지되는 습지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습지보호지역이란 자연생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거나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희귀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생물이 서식 도래하는 지역, 특이한 경관적, 지형적 또는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지역을 의미한다. 

역시 문경하면 사과다. 10월 말부터 출하되기 시작한 문경 부사는 지금이 가장 맛이 있을 때다. 문경의 돌리네 습지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습지보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데 기본계획에 따라 40개 사업, 25,413백만 원이 책정되어 습지 보전 사업뿐만이 아니라 탐방객 이용, 편의시설 설치사업, 습지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 사업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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