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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4. 2018

새재 가을

문경새재는 무르익었다. 

주흘산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관문을 거쳐가야 한다. 관문을 통과하는 데에는 따로 비용은 필요하지 않지만 약간의 체력과 하체의 튼실함이 필요하다. 왼쪽 발목이 살짝 뻐근하지만 문경의 가을을 만나기 위해 새재로 걸어서 올라가 보았다. 낙엽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문경은 가을이 남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들인 노력에 비해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곳곳에서 발생을 한다. 무르익지 않은 과일은 풋내가 나고 무르익지 않은 환경에서의 단풍은 아름답지가 않듯이 모든 것이 무르익을 때 비로소 빛이 나는 것이다. 

올해는 여름의 무더위가 심해서 단풍이 예년만큼 아름답지는 않다고 하지만 여름의 혹한을 이겨낸 단풍나무의 색깔은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찾아왔다는 것을 주차장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이날은 경상북도의 관광지중 가볼만한 곳을 소개하는 행사가 진행이 되고 있었다. 이른바 낭만 피크닉이다. 경상북도에서 낭만을 느낄 수 있는 피크닉 장소를 소개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진행이 되었다. 

문경새재가 명승 제32호로 지정된 것은 지난 2007년이다. 신 증 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조령(鳥嶺)이라 하지만 세상에서는 초점(草岾)이라고도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는 문경새재에는 숙종 때 제2관문에서 3㎞ 떨어진 곳에 남적(南賊)을 방비할 제1관문을 세우고 초곡성(草谷城, 주흘관)이라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배경이 좋아서 그런지 사람들은 발길을 차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사진을 찍고 인증숏을 남기기에 바쁜 것을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었다. 

문경새재의 가을을 보니 옛날에 개봉했던 작품 피크닉이 연상되었다.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너와 떠나고 싶다.”


이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은가. 휴식이 있는 풍경은 피크닉의 가장 좋은 장점이다. 즐거운 풍광을 뒤로 한채 무언가를 깔고 그 위에서 간단하게 먹는 브런치는 소소한 행복 그 자체다. 

이쁜 상차림과 빵, 과일, 그리고 소녀가 들면 더 이쁠 것 같은 소박한 바구니까지 곁들였지만 새재의 가을은 온전히 자신에게 주어지는 행복한 순간으로 다가온다. 

단풍나무는 알고 있을까. 나무는 다음 해를 위해 그냥 수분과 영양공급을 중단하여 나뭇잎이 색채가 빨갛게 노랗게 변해가게 만들 뿐이다.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은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형형색색의 아우라가 풍겨 나오면서 아름답게 변해가게 된다. 

그래도 다양한 것은 여건이 되지 않고 시간이 되지 않아서 원할 때마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일상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지만 자신만의 방식을 만드는 것도 좋다. 문경새재에서 옷깃 속으로 들어오는 산들산들한 가을바람과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면 누구보다도 부럽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져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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