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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4. 2018

고모산성-또 오르다.

가을에 가본 문경 고모산성

봄에도 가보고, 여름에도 가보고 지난해에는 겨울에도 지인과 이곳 고모산성을 올라가 보았다. 굳이 올라가야 되냐는 질문에 올라가야 보이는 것이 있다는 말을 뒤로하고 먼저 올라갔다. 그리고 올해 가을에 처음으로 고모산성으로 올라갔다. 가을이면 어떤 색채가 묻어 나올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올라갔다. 

전에 왔을 때 이곳에서 사진을 찍었던 그 모습이 연상된다. 사진을 찍다 보면 후보정 등으로 색채가 변경되지 않은 자연색이 가장 좋다는 생각을 하는데 브랜드마다 픽셀의 입자의 색을 담는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씩 다르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도 손댈 것이 없다. 

문경에서 가장 노력을 덜 들이고 멋진 풍광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이곳 고모산성을 추천할만하다. 풍광이 시원하게 열린 곳까지 올라가는 시간은 불과 30여분이지만 만족할만한 느낌을 준다. 

검색을 해보니 문경 고모산성을 쓴 것은 필자의 글이 먼저 노출된다. 봄 이야기는 없지만 여름과 겨울 풍광이 담겨 있는 글을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간 것도 그렇지만 마치 낱말 채우기 하듯이 계절마다 고모산성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산성중에 새롭게 보수된 공간까지 포함하여 이렇게 성곽이 길게 보존된 곳은 많지 않다. 문경 고모산성의 규모는 전체 둘레가 1,300m에 달하는 대형급 성곽으로 면적은 110,326㎡에 이른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쌓아서 보호하는 것은 본능이기도 하지만 좋아하기도 한다. 마음속의 장벽을 세우는 것도 그런 느낌을 받는다. 길가나 강변, 철로 주변 같은 데에 흙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돌로 쌓아 만든 옹벽인 석축은 문경 고모산성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올해의 단풍의 절정기는 대부분 모두 지나갔다. 10월 중순에 시작된 설악산 단풍부터 이곳 문경도 절정기는 11월 초에 왔으며 늦게 단풍을 즐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내장산으로 가면 만날 수 있을 듯하다. 

 구름 낀 날이 많은 가을에는 단풍이 잘 들지 않지만 햇빛이 많을 때 더 많이 만들어진다. 색소인 안토시아닌은 광합성에 의해 생성된 설탕과 같은 물질들이 바뀌면서 만들어지는데 큰 나무가 아니더라도 작은 단풍나무들이 고모산성의 성곽에 자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고모산성에서 본 진남교반은 경쾌하게 열려 있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풍광이 볼만하다. 

작년 겨울에 왔을 때는 이곳 성벽의 바깥에 쳐져 있는 울타리는 오래되어서 약간 위험해 보였는데 지금은 잘 보강되어서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낙상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떨어지는 낙엽은 지나쳐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멋진 풍광을 만들어내는 길에 불과하지만 어떤 분들에게는 치워야 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문경 고모산성의 아침에는 길가에 수없이 떨어져 있는 낙엽을 치우시는 분들이 있었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이분들은 가을이 되면 떨어지는 낙엽이 일거리를 주어서 반가울까 아니면 그냥 의미 없는  것에 불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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