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뜬금없이 정의로운 인질범

협상을 다룬 영화로 완성도 있는 영화는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네고시에이터였다. 한국에서 협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인물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던 지강헌이다. 지강헌과 협상을 하는 것처럼 보였던 경찰은 어떻게 했을까 가끔 생각해볼 때가 있다. 아무튼 다시 협상을 소재로 만든 영화가 만들어졌다. 손예진과 현빈을 주인공으로 했지만 영화의 완성도는 상당히 떨어졌고 개연성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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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소개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던 최고의 협상가 ‘하채윤’은 소개와 달리 아마추어적이었고 경찰청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제 범죄조직의 무기 밀매업자 ‘민태구’는 인질범이지만 그다지 냉철해 보이지도 않고 뜬금없이 정의로운 사람으로 변신한다. 물론 설정이 있기는 했지만 무언가 짝퉁스러운 그런 느낌 말이다. 영화 속의 설정처럼 머리가 잘 돌아가는 지략가였다면 굳이 그런 쇼를 하지 않고 해당 인물들에게 정의의 철퇴를 내리면 그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민태구가 정의를 지향하고 그런 인물도 아니었다. 한 마디로 쓰레기가 갑자기 동생을 잃고 정의로운 인물로 바뀐다는 설정에서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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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초반은 그럴듯하게 진행이 된다. 그리고 협상을 하기 시작했지만 협상을 위한 머리싸움은 없고 그냥 서로의 감정만 소모하면서 쓸데없이 질질 끌어간다. 우리는 사는 내내 협상을 한다. 협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연애를 할 때도 사회생활을 할 때도 다툼을 할 때도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해 협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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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거대한 비리를 저지른 자에 대한 단죄를 한다는 설정이 참 어렵게 그려진다. 어려운데 복잡하지는 않고 자신들에게만 어렵다. 손예진은 갑자기 인질범에게 몰입을 하고 그를 구하겠다는 허언을 내뱉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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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을 위한 능력인 협상력은 대충 검색해봐도 수많은 책이 나올 정도로 많다. 개인이나 사업자끼리 하는 것을 협상력이라고 한다면 국가끼리 하게 되면 외교력이 된다. 한국이 약한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외교력이다. 협상력을 비슷하지만 다른 표현으로 말하면 영향력이다. 영향력의 사전적 의미는 ‘강제력을 수반하지 않고서도 자발적으로 권위를 받아들이는 힘’이다. 강제로 하는 것은 얼마 가지 못한다. 그렇지만 영화 속 손예진이 맡은 캐릭터는 무슨 역할을 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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