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성

앙꼬 없는 공성전의 표본

고구려 역사에서 빠지면 안 되는 인물이지만 당태종에 맞선 양만춘은 알려진 것이 많지는 않은 사람이다. 안시성의 성주이면서 당대 최고 권력자인 연개소문에 대립각을 세우고도 무사했던 양만춘은 무언가 덕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리고 대중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양만춘을 주인공으로 만든 영화가 안시성이다. 안시성에 대한 기대감이 없지 않았으나 실제 감상해본 안시성은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영화 캐스팅의 패착이 있었다. 양만춘 역의 조인성은 그 캐릭터와 전혀 맞지 않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저음에 무게감 있는 목소리를 가진 배우였어야 하는데 너무 가볍고 때론 모기소리처럼 느껴진다. 전혀 신뢰가지 않는 리더 타입이다. 그렇지만 영화 속의 백성들은 무척이나 신뢰를 가지고 있는 설정으로 나오니 너무 간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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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대체 이 여배우들은 어떤 목적으로 캐스팅되었는지 모르겠다. 정은채라는 배우의 연기력은 조금 되지만 그 역할이 미미한 고구려 신녀의 역할은 고구려의 미래를 잘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양만춘과 당태종 사이를 오가며 안시성을 구해야 한다는 이상한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 그냥 신이 고구려를 버렸다고 하면서 양만춘을 설득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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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아이돌 출신의 여배우들을 왜 역사극에 끼워 넣는지 알 수가 없다. 설현은 백하부대장으로 나오는데 참 이렇게 연기를 못하는 느낌 아닌 느낌이 제대로 된 배우였다. 이제 감독들은 돈 대주는 물주가 아이돌 출신 배우를 한 명 쓰라고 해도 거부할 수 있는 당당함을 가졌으면 좋겠다. 적어도 그 영화를 보고 돈을 내야 하는 관객들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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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태종 이세민은 찡그린 얼굴로 소리만 치다가 영화를 소모한 듯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백미는 기마부대가 진격하는 장면과 공성전일 텐데 긴박함도 없고 제대로 된 전투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역할극을 하다가 끝나버린 느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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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만춘을 죽이기 위해 왔다는 자객을 죽이지 않고 옆에 두고 싸운 다는 설정은 너무 진부하고 모든 백성이 우린 양만춘을 믿어라는 설정도 억지스럽다.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제대로 된 전투신을 보여주면 좋겠지만 영화는 슬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뿐 그렇다 할 액션씬은 보이지 않는다. 영화 안시성에서 안시성은 고구려가 아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런 나라의 성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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