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헤일리 스테인필드
헤일리 스테인필드는 영화로 먼저 만났지만 노래도 좋아서 영상으로 자주 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녀가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 지랄발광 17세는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청소년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한 소녀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기분이 바뀌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한 소녀는 자신의 오빠와 친구가 사귀는 것을 알고 절교해버리고 담임에게 찾아가서 뛰어내려 죽을 건데 한 번에 죽기 위해 대형트럭에 부딪칠 것이라고 위협한다. 어떻게 보면 무척이나 피곤한 소녀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그녀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사람에 대한 연민과 동정 혹은 그로 인해 발현되는 도덕성에 대한 관점이다. 최근에 한국을 대표한다는 일간지의 초등학생 딸의 막말 이슈를 보면서 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느낄까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부모가 잘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돈과 차, 아파트, 직업 이런 것은 인간의 본질도 아닐뿐더러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지도 못한다.
건강은 크게 정신과 육체로 나뉘게 된다. 한쪽만 치우쳐서도 안되고 한쪽을 편향해서도 안된다. 재능이 있다면 더욱더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재능이 건강을 불러오지는 못하지만 건강이 재능을 펼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잘생기고 인기 많은 친오빠 ‘대리언’과 언제나 아들과 일밖에 모르는 엄마 ‘모나', 차분하고 성숙한 금발의 미소녀 친구 ‘크리스타’, 노답 상황에서 역사 선생님인 ‘브루너’에게 자살할 거라며 상담을 신청하지만 ‘브루너’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사실 나도 지금 내 유서를 쓰고 있는 중’이라며 받아쳐 버린다.
헤일리 스테인펠드가 너무나 ‘네이딘’스러워서 별다른 연기 지도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면 헤일리 스테인펠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네이딘’ 그 자체였다. 우리는 모두 자신도 모르게 지랄발광 17세라는 시기를 지나왔을지 모른다. 그러니 쉽게 지랄 발광하네라는 말을 꺼내는 것보다는 심드렁하지만 그 지랄발광으로 주체하지 못하는 교사 부르너가 되어주는 것이 어떨까. 오래간만에 지랄발광을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