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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3. 2018

노인과 바다

사천 작은 미술관

헤밍웨이의 대표적인 작품인 노인과 바다를 생각하면 작품이 만들어졌기에 그 이름이 익숙하지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노인이 바다를 생각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어부로서 바다를 생각하는 노인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곳이 사천에 있었다. 남해의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에 작은 미술관이 만들어져 있다. 엄밀히 따져보면 미술관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무용해 보이는 것들이 삶에 윤기를 준다. 미술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보다 기분 좋게 일상을 살아나간다. 

사천 미술놀이터 작은 미술관에는 매월 작은 전시전이 열리고 있다. 작은 미술관은 케이블카의 직선과 푸른색의 바다로 이루어진 풍광 속에 색다른 매력을 주는 곳이다. 미술관은 어디까지나 예술가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이지만 제아무리 멋진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고 한들 미술관을 이루는 핵심 요소는 바로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사천에 여러 번 왔지만 작은 미술관을 처음 찾아본다. 익명의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와서 천천히 작품을 감상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일, 이는 사람들의 삶에 여백과 에너지를 동시에 주는 역할을 한다. 필요하지 않은 마음의 짐을 덜고 새로운 힘을 얻어  가는 것, 이것이 미술관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11월의 전시전은 예술, 일상의 발견이었지만 12월에는 나의 그리운 비린내 전과 이시영 전시전이 이어진다. 소박한 일상 속에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시간의 전시전이다. 물건에도 철학이 있다고 했던가. 

얼마 전에 마늘을 열심히 까고 나서 마을만 보면 정감이 간다. 마늘과 장독대는 매우 잘 어울려 보인다. 세상은 '생각만 하는 사람'과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실천하는 사람'으로 크게 나뉜다. 굳이 성공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느꼈던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소중히 보살피면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드디어 노인과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왔다. 어릴 때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고 나서 많은 감정을 느꼈다. 그렇게 노력을 했건만 결국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감정과 함께 그런 노력조차 소중히 보담은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교차적인 감정이다. 


조금 전에 고기가 왜 뛰어올랐을까,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마치 자기가 얼마나 큰지 자랑이라도 하려고 솟아오른 것 같아. (...) 저 고기 놈이 되어보고 싶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오직 내 의지, 내 지혜에 맞서 모든 걸 갖고 싸우고 있는 저놈 말이야. -  노인과 바다

일상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었기에 매우 편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일본을 여러 번 가보았기에 교토라는 곳의 조용하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교토식 소통 방법은 상대가 무안하지 않게 신경 쓰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어떻게든 전달하려고 한다. 예술가들 역시 그런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그렇게 어렵지가 않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처음에는 어렵지만 자주 하다 보면 그것도 나름의 가치와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천의 작은 미술관은 아무래도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 돈이라 물질보다는 가치관이나 살아가는 방식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무리하거나 계산적이 되거나 허세 떨거나 하는 것을 멈추고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 진정한 호사란 내가 어떤 일생을 살아갈지를 선택하고 일상을 보내는 것의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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