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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4. 2018

장산숲

비보를 위해 조성해놓은 고성 장산리

장산리에 조성된 장산숲을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장산범이라는 영화다. 실제 부산의 장산이라는 곳에서 촬영하였다고 했지만 그곳보다는 고성 마암면 장산리가 영화의 배경에는 더 잘 어울려 보였다. 그곳에 풍수지리적으로 결함을 보충하기 위해 조성한 비보 숲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지금은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처음에 조성하였을 때는 그 길이가 1km에 달했던 곳이었다고 한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숲이 경상남도 기념물 제86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조선 태조 때 호은 허기 선생이 조성한 이 숲은 역사가 600여 년이나 된다. 숲을 조성하고 중앙에는 연못을 파고 작은 섬을 조성해 두어서 정원으로서의 역할도 겸하게 하였다. 이 곳에서 심어진 나무는 느티나무, 서어나무, 긴 잎이 팝 나무, 소태나무, 검 노린재나무, 배롱나무, 쥐똥나무 등으로 모두 250그루로 이루어져 있다. 

풍수지리를 잘 알지 못하면 비보의 의미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서쪽이 허하면 인물이 나지 않는다’는 풍수지리 비보 사상으로 조성된 의성군의 사촌 가로숲이나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산줄기의 한쪽이 다른 쪽에 비해 현저히 낮거나 취약할 때 인공적으로 언덕을 만들고 숲을 조성하는 것이 비보에 해당이 된다. 

땅도 사람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 것이 있다. 그래서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것이 그런 것이 하나도 없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완벽한 땅도 없다. 우리 조상들은 지리적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 풍토에 맞는 풍수를 발달시켜왔다. 너무 지나친 것도 좋지 않고 부족한 것도 좋지 않다. 음택풍수, 양택풍수, 양기 풍수, 비보풍수는 풍수지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보완법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을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이곳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땅과 사람이 매 한 가지와 같다. 사람을 잘 만나고 서로를 북돋으며 커나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처음에는 인연이 안되어 만나지 않았다가 추후에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신도 모르게 느끼게 된다.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天法道, 道法自然.)”라는 개념의 태평경을 보면 도는 만물의 근원이므로, 도가 우주를 낳고, 우주는 원기를 생성하고 , 원기는 하늘과 땅· 음양을 만들고 음양에서 사계절이 생기고 사계절에서 만물이 나온다고 하였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기氣가 뭉치는 것이고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기氣가 흩어지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결국 하늘은 양기이며 태어남을 담당하고, 땅은 음기로 만물을 기른다. 인간은 음기와 양기 사이에 존재하는 중화의 기에 의해 태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장산숲에는 옛날에 사람이 살았을 것 같은 오래된 집이 있다. 지금은 담장도 거의 허물어졌고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지만 비보 숲의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람이 도를 넓히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은 아니다." - 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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