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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칠갑저수지의 데크길을 걸으며

최근 칠갑산 자연휴양림의 입구에는 칠갑저수지를 돌아보면 걸어볼 수 있는 데크길이 만들어졌다. 데크길을 걸으면서 청양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며 공기가 좋아서 건강에도 조금은 도움이 된다. 최근에 공기를 생각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인공적으로 연기를 만들어서 마시는 흡연이다. 비교적 최근에 다시 흡연을 시작한 지인 덕분에 간혹 생각나는 소설가가 있다. 미국 소설가인 폴 오스터로 그는 이런 글을 썼다. "나도 흡연이 몸에 좋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연일 벌어지는 정치적, 사회적인 무도함에 비하면 흡연 따위는 작은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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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에서 보령을 이어주는 신도로가 개통되고 나서 이곳을 지나는 차량은 많지가 않다. 그래서 이곳에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는지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12월이나 되어야 정식으로 걸어볼 수 있는 곳이다. 최근에 미세먼지 경보가 가끔씩 울릴 때가 있다. 대도시에서 조금만 떨어진 이곳에만 와도 질 좋은 공기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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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길을 걸으면 무언가 마신다는 것을 생각해본다. 흡연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시가는 조금 느낌이 다른 것 같다. 헤드라는 시가의 막힌 쪽을 잘라서 입에 물고 풋이라는 쪽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폐에까지 넣지 않고 향기를 맡으며 빠는 시간 그 자체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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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지 않고 걸어가면서 아직은 차갑지 않은 공기를 폐에 넣어본다. 무엇이든지 맞는 궁합이 있다. 앞서 시가를 이야기했는데 그 시가 향기와 어울리는 몰트가 있다. 지인과 함께 마셔본 그 술은 시가 향기에 지지 않을 만큼 강하다. 바로 킹스맨에서도 등장한 적이 있는 Dalmore로 일명 시가 몰트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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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길을 걸으면서 아래를 바라보니 물의 투명함과 함께 겨울의 차가운 분위기가 이 물에도 채워져 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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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이 부근에는 광대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지금이야 광대가 없지만 광대가 많았다고 해서 광대리 마을이라고 불렀던 곳도 있다. 이 데크길은 광대리에 자리했다. 청양군은 칠갑호 주변 관광산업을 위해 자연사 전시관을 재개관했고 이렇게 데크길도 만들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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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무생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생물은 공기를 필요로 한다. 사실 공기의 질은 과거보다 좋아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공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건강에 대한 연관성이 더욱더 강조되면서 미세먼지를 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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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칠갑산은 청양을 대표하는 산이면서 산행하면 에너지를 받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다. 보통 칠갑산에서의 산행은 칠갑광장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칠갑저수지의 데크길을 걸으면서 장곡사 쪽으로 한 바퀴 돌아오는 산행길도 괜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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