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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30. 2018

모현정(慕賢亭)

고령 박씨 죽연종가 사랑채

전국에는 모현정이라는 이름의 정자가 여러 곳 있다. 홍이상(洪履祥)의 후손인 홍승하(洪承夏)·홍관식(洪寬植) 등과 지방유림이 선현을 추모하기 위한 정자나 다산 정약용(1762∼1836)이 부모 묘소 참배를 위해 자주 들렀던 충북 충주시 금가면 하담리 정자도 모현정이다. 고령 박 씨의 집단 세거지인 충효마을 안쪽에 모현정이 있는데 죽연 박윤, 낙락당 박택, 월오 윤규, 학암 박정번, 매헌 최여설을 모시는 재사(齋舍)다. 

금산재를 넘어서면 대구에서 고령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 근처에 흐르는 회천은 훠이훠이 낙동강으로 전진하는데, 천이 강을 만나기 전 ‘천변의 무릉도원’이라 불렸던 마을이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복숭아꽃 피는 무릉도원이란 뜻의 도(桃)와 회천을 건너는 나루터 진(津) 자가 합해진 이름인 도진리는  고려 말 박경(朴景)이 개척한 후 지금까지 고령 박씨 세거지로 자리 잡았다. 마을 사람들은 스스로 도진박씨라고도 한다고 한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모현정을 찾아가 본다. 

원래 도진리에는  1636년에 지방 유림들이 지은 문연서원(文淵書院)이 있었다고 하는데 대원군의 훼철령으로 모두 사라질 때 없어지고 복원을 기약하며 임시로 제사를 지낸 곳이 모현정이라고 한다. 도진리는 경북도 제1호 충효마을로 지정되어 있는데 모현정에서 제사를 지내는 죽연 박윤은 효행이 극진했다 하고 학암 박정번과 매헌 최여설은 임진왜란 때 창의해 전공을 세운 분이라고 한다. 

조용한 곳에 자리한 모현정은 잘 다듬어진 기단 위에 자리하고 있다. 작은 집이지만 그래도 정면 세 칸을 갖추고 방은 두 개에 대청마루까지 있다. 

도진리는 조금 특이한 돌이 하나 있다고 하는데 다음에 올 때는 그 바윗돌을 찾아봐야겠다. 활 쏘던 돌인 사적석(射的石)은 흠집이 나지 않는 돌로 사적석에 흠집을 내면 상금을 주고 아름다운 아가씨와 혼인시켜 주겠다고 하자 소문을 듣고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는데 그 아름다운 아가씨가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특이하게 고령박씨세거비가 세워져 있다. 한 성씨가 한 곳에 집성촌을 이루었다고 해서 세거비를 세운 곳은 또 처음 본다. 고령의 작은 마을을 탐방하는 것은 여러 번이었지만 한 성씨의 집성촌을 찾아가서 그 흔적을 살펴본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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