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와 스폰의 변주곡
스파이더맨에서 잠시 그 모습을 보여주었던 빌런 캐릭터 베놈이 독립영화로 제작되었다. 베놈만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직접 영화를 보면 킬링타임 영화로 그럭저럭 볼만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과 심비오트의 결합으로 만들어지기에 그 의지에 따라 히어로도 될 수 있고 빌런이 될 수도 있다. 영화는 사람에게 기생하는 느낌과 몸을 무기로 만드는 것은 일본 만화 기생수와 비슷하며 악한 면을 지닌 심비오트의 능력을 활용한다는 것은 스폰이 연상된다.
스파이더맨에서 심비오트가 마치 스파이더맨의 슈트를 입히는 것 같이 강력함을 주는 것 같았다면 베놈 단독 영화에서는 생물이 인간과 결합되면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마치 신체를 먹어가는 외계 생물의 느낌이다. 그리고 DNA가 맞지 않으면 인간은 죽게 된다. 일부러 죽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많은 인간이 심비오트와 결합되지는 않는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는 정의로운 성격을 가진 ‘에디 브록’과 만나 베놈이 탄생하면서 영웅과 악당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전의 히어로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이중적인 매력을 그리려고 했다고 하는데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그래도 볼만한 것이 있다면 거대한 근육질의 몸으로 이루어진 ‘베놈’은 상상을 초월하는 괴력을 발휘하고 몸을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것은 볼만하다.
베놈이라는 캐릭터는 외계 생물 중에서도 루저에 가까운 모습으로 마치 한 손에만 기생해서 한계가 있는 기생수의 신이치 같다. 기생수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인 고토는 라이엇과 유사하다. 이길 수 없는 존재에게 싸워서 이긴다는 뻔한 설정이 유치하기는 하지만 속편에서는 그 유치함을 어떻게 털어낼지 살짝 기대가 되기는 하다. 베놈은 기생충이라는 말만 들어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데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못하는 것이 기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