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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9. 2018

미륵

음성의 할아버지 미륵, 할머니 미륵

그냥 지나가면 발견하지 못할 것들이 세상에는 많다. 음성에 있는 수많은 유물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적지 않다. 지도에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그런 것들을 찾기 위해 때론 발길을 해보는데 이번에는 소박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는 할아버지 미륵, 할머니 미륵을 찾아서 가보았다. 삼성면 양덕리 610-1, 346에 있다. 주소를 입력하고 가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불상 중에서 미륵은 특히 소박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 머물고 있는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상생 신앙(上生信仰)과 미래에 인간 세계에 태어나 중생을 교화할 미륵불의 구원을 갈망하는 하생신앙(下生信仰)이 미륵에 스며들어 있다. 

백제의 경우에도 미륵사 창건 연기 설화에 나타나듯이 미륵 3 존(彌勒三尊)이 연못 속에서 출현했다고 하는데 이 미륵불은 알려진 것이 많지가 않다. 마을에서도 이 미륵불에 제를 지내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치성을 지낸다고 한다. 

할아버지 미륵불은 남성을 상징하는 표정으로 굳건하게 서 있다. 어떻게 보면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할머니 미륵은 이곳에서 3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이상 사회를 바라는 하층민들의 불만이 사회 전반에 확대될 때 미륵불이 세상을 다스리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근거로 하층민이나 노비층을 결속하여 역모를 일으키기도 했다. 

미륵불에 무언가 쓰여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세월에 마모되어 잘 보이지는 않는다. 미륵불에게 향을 공양할 수 있기를 발원하며 해변에 향목(香木)을 묻어두는 풍습의 유행, 우왕 때 사천 매향비가 있듯이 소원 혹은 기원의 문화는 무속신앙과 결합된 양상이 많다. 

이제는 할머니 미륵을 보기 위해서 움직였다. 할아버지 미륵은 그나마 설명인아 주변에 테두리가 쳐져 있어서 알 수가 있지만 할머니 미륵은 정말 잘 찾아봐야 한다. 이곳을 찾아가서 사진을 찍자 바로 옆에서 작업을 하시던 분이 음성군에 이야기해서 이곳도 할아버지 미륵처럼 테두리를 쳐주면 소나무를 하나 심겠다면서 말해달라고 말씀을 전했다. 

이곳까지 올라와서 할머니 미륵이 자리한 것은 저 건너편에 있는 할아버지 미륵을 잘 보기 위해서였을까. 오매불망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듯한 모습이다. 위에서 아래까지 미륵은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통치자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다스리는 시기에 미륵불이 출현한다는 경전의 예언에 근거해 자신이 곧 이상적인 왕임을 정당화했고 전쟁으로 암울한 현실에 처한 백성들이 구원을 갈망할 때 미륵하생 신상을 따랐다. 

사람들의 고통의 대부분은 스스로 택한 것이라고 한다. 고통은 자신의 내면 속의 의사가 아픈 자아를 치료하기 위해지어 준 쓴 약이라고 한다. 다른 내가 준 약을 묵묵히 침착하게 받아 마신다면 슬픔의 겨울도 고요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곳에서 마을 사람들을 바라볼 할아버지 미륵과 할머니 미륵은 들판 위로 지나가는 계절을 견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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