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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9. 2018

상류층

거제 학동 진석중 가옥

해방 이후 1947년에 건축된 지방 상류층 살림집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는 집이 있다. 동서의 긴 사다리꼴 대지에 안채, 별채, 창고, 대문 등이 만들어져 있는 이 집은 1940년대 말 경남 남해안 도서지방 상류층의 주거 특징과 변화상을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바로 거제 학동에 자리한 진석중 가옥이다. 진석중 가옥은 현재 보수 중이었다. 

이 집을 찾아오고 나서 생각나는 것은 바로 상류층이라는 의미였다. 상류층은 노블레스함을 의미한다. 노블레스 하다는 것은 경제적인 것보다는 품격이 있는 계층을 의미한다. 계급의식이 감소되어 있고 직업이나 삶에 대한 자아실현을 존중하고 조직단체에 참여의식이 높은 것이 그 계층의 특징이기도 하다. 

오래된 집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찾아보고 싶었지만 거제에서 역사를 품은 고택은 많이 보지 못했다. 그래도 이렇게 수선하면서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거제에서 고택은 처음 찾아오는 것이다. 지금도 그 후손이 살고 있는 곳이기에 삶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사실 한옥은 생각보다 불편한 집이다. 최근에 지어지는 한옥은 괜찮기는 하지만 과거의 형태를 유지한 집들은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 필자의 집안에도 이런 한옥 하나 정도 가지고 있는 유서 있는 집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없다. 

상류라는 것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내면의 계급이다. 전 세계에서 상류층은  고결한 책임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지도층의 다수를 점하고 있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일종의 공중도덕을 가지고 있는 상류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진석중 가옥에 들어오면 개들이 참 많다. 학동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수많은 펜션들이 있다. 그 중간에 있는 고택이 무척이나 반갑다. 오래된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이 있는 자본과 철학이 있는 소비는 노블레스함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다.

역사가 짧은 편이어서 고택이라고 부르기에는 살짝 애매하지만 오래된 가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반갑다. 역사가 짧다는 미국에서도 재산의 정도로 상류냐 아니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언행을 본다고 한다. 그 가치가 이곳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래본다. 가치의 오래됨은 더욱더 빛이 나기에 멋스럽다.  

수많은 현대식 건물 속에 파묻힐 수도 있는 우리네 역사가 담긴 현대식 고택을 보면서 거제도에 남아 있는 고택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담마을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돌들로 도로가 조성되어 있어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재산의 정도로 상류냐 아니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언행이 중요하다고 마틴 루터 킹은 말한 적이 있다. 지금 한국에서 필요한 것은 내면의 상류적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의 형성이 아닐까. 진중석 가옥을 소개하는 간단한 소개글에서 다양한 생각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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