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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1. 2018

눈과 고택

대전 동춘당 고택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고택을 뒤바뀐 아이디어 100 같은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분명히 찾아보면 100개 이상이 나올 것 같은 우리네 전통집 고택은 눈 오는 날 보면  더 멋스러워서 좋다. 눈이 왜 내리는가?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무슨 말을 하겠는가. 평범한 어른들이라면 그냥 내리는 거지 왜 내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과학자에게 묻는다면 대기 중에서 수분이 결정화되어 지면에 떨어지는 고체상태의 물이며 결정은 6 각형에 3개 혹은 12개의 가지를 가진다. 

그렇다면 질문을 달리 해보자. 눈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보통은 눈 =  낭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가운데 직업군에 따라 나이에 따라, 성별에 따라 모두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그 해의 펑펑 내리는 첫눈이 다르고 며칠씩 계속 내리는 눈에 대한 느낌도 다르다. 자신에게만 의미 있는 날에게 내리는 눈도 다르고 크리스마스이브에 내리는 눈 또한 조금 의미가 다르다. 

올해 제대로 된 첫눈이 한국의 전역에 내리기 시작했다. 대전에도 적지 않은 눈이 내려서 전체적으로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 있는 고택 위에도 하얀 눈이 뽀얗게 내려서 쌓이기 시작했다. 고택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아마 눈이 아닐까. 흰색이 고택의 목재와 벽을 더 두드러지게 만들어준다. 

금암 송몽인이 거문고를 연주했다고 전해지는 바위 뒤로 고택이 있다. 여러 번 이곳에 왔지만 올해는 처음 소대헌. 호연재 고택으로 들어가 본다. 이 집은 조선 후기의 기호학파인 송준길의 둘째 손자인 송병하가 건립한 고택이다. 충청지역에서는 드물게 큰 사랑채와 작은 사랑채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구조다. 

아랫목에 따뜻하게 장작을 때고 가만히 안에서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상상해 본다. 우리의 고택은 외국의 건축물과 달리 대칭적인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가 지닌 개성은 비대칭적인 얼굴에서 나오듯이 고택의 개성 역시 비대칭에서 나온다. 

서양 건축물과 고택의 공통점을 생각하라면 우선 주변보다 높은 단 위에 건물을 두려는 생각은 비슷하다. 단은 약한 목조 건축에서는 습기와 홍수를 피해 위로 들어 올렸으며 단 위에 건물을 둔 이유는 다양했지만 근대에 와서는 공간과 서비스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기도 했다. 

조선의 궁궐에서 보는 후원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운치 있는 후원도 이곳에는 만들어져 있다. 다시 아까의 주제로 돌아가서 눈이란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본다면 군대에 있을 때는 눈은 그냥 노동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눈을 치울 필요가 없이 배경으로 찍을 수만 있다면 연인들에게는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다. 눈은 첫눈이 내릴 때가 가장 깨끗하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면서 원래의 모습과 달라지게 된다. 

동춘당으로 들어가는 대문이다. 저 대문으로 들어가면 가장 깔끔하면서 동춘당 공원을 대표하는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역시 너른 대지위에 딱 한 채만 있는 동춘당이 멋스러워 보인다. 여백의 미가 확실하게 느껴지는 공간이다. 그 나머지 공간에는 빠짐없이 하얀 눈이 내려서 채우고 있었다. 

골목 안쪽으로는 눈이 내린 지 오래되기도 했지만 눈이 녹을 수 있는 염화칼슘이 뿌려져 있어서 녹아 있었다. 오래된 고택이나 정자를 지어놓고 지역의 인재가 모이길 기다린 것은 옛 양반들의 생활방식이기도 했다. 서울 궁궐 정원인 후원에 가면 취규정이 있는데 취규는 인재가 모여들어 천하 개 태평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곳에는 후손이 거주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전수하고 알리기도 하는 곳으로 활용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눈이 내릴 때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 같이 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서로 바통을 이어받듯이 바뀌면서 하늘에서 내린다. 내리는 눈의 모양도 하나같이 똑같은 것이 없다. 건조층에서는 결정 크기도 작고 구조도 비교적 단순하지만 대기가 많은 양의 수증기를 함유하고 있으면, 눈 결정의 성장이 빠르며, 가지형이 성장한다. 그것만큼이나 눈을 생각하는 것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지 않을까. 

아무튼 하늘에서 눈이 제대로 내리면서 어디를 봐도 하얀색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눈과 고택은 배경으로 궁합이 아주 좋다. 눈 오는 날 동춘당 고택의 하루는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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