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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1. 2018

시간과 눈의 무게

고스란히 짊어진 괴곡동 느티나무

시간과 눈의 무게를 비교한다면 전혀 다른 기준을 가졌기에 비교할 수가 없을까. 시간은 감성적인 무게이며 눈은 물리적인 무게를 가졌다. 사람은 시간의 무게를 느낄 만큼 오래 살기는 쉽지가 않지만 나무는 시간의 무게를 느낄 수 있을만한 시간을 살아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야외에 있기 때문에 눈을 털지 않고 계속 그 무게를 감당하면서 있어야 한다. 이제 12월도 20일이 채 남지 않았다. 2019년이 되면 괴곡동에서는 목신제를 지내게 된다. 즉 복을  가져다주고 건강을 바라는 마을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눈이 내리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괴곡동 느티나무가 더 잘 보인다. 마을 한가운데 우뚝 서서 눈과 시간의 힘을 버티면서 그곳에 서 있었다. 여러 번 봤기에 매우 반가워 보인다. 괴곡동에 살지는 않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한 번씩은 느티나무를 만나게 된다. 

마을 분들이 이 나무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참 멋스럽게 세월의 힘을 견뎌내고 있었다. 곳곳에 아픔의 흔적도 보이지만 여전히 이곳에서 오랜 세월을 버티면서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빌어주고 있었다. 

수령이 700년, 수고 16m, 근원둘레가 9.2m에 이르며, 오랫동안 마을의 수호목(守護木)은 마을 입구에서 먼저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누구나 받을 자격만큼 받는다'라고 믿고, 자신이 받은 것에 맞추어 살아가게 된다고 한다. 즉 사람들은 공정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믿음을 필요로 하는데 그 믿음을 실현해줄 대상으로 어떤 것을 믿고 제사를 올리기도 한다. 

오래된 나무의 무게만큼이나 지탱해주는 것이 필요하기에 고목을 지탱해주는 지지대등이 괴곡동 느티나무를 버텨주고 있었다. 괴곡동 마을 분들은 목신제뿐만이 아니라 거리제도 매년 지내고 있다. 

고릿골이라는 곳에서 이곳 장승소공원까지 거리제가 이어진다. 괴곡동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도로에는 괴곡동 장승소공원 거리제 제단이 만들어져 있다. 

목신제를 지내는 수종은 느티나무와 소나무가 가장 많으며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마을의 노거수(老巨樹)를 신격(神格)으로 하고 지내는 동제를 말한다. 수목(樹木) 숭배 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장승과 함께 모셔지기도 한다. 눈이 수북하게 내린 날 시간과 눈의 무게까지 함께 짊어진 괴곡동 느티나무가 그곳에 여전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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