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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1. 2018

장태산의 겨울

눈 내리는 날의 매력

장태산은 얼마 전 대통령의 휴가지로 온 다음에 유명세를 타서 핫해진 대전 서구의 대표 여행지중 하나다. 장태산은 부드러운 산일까 강한 산일까. 개인적으로 장태산은 부드러운 산에 가깝다. 돌은 실제로 부드러우나, 우리가 만질 때만 단단해질 뿐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개념의 의미란 곧 그 대상이 감각에 미치는 영향이다. 눈은 부드럽다는 개념이 있고 만지면 차가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릴 때는 맨손으로도 그렇게 눈을 많이 뭉쳐봤는데 커서는 장갑을 끼고 있어서 거의 만지지 않는다. 지금도 보드용 장갑 정도를 끼지 않으면 눈을 뭉치지는 않을 듯하다. 

사진 속의 흰점으로 보이는 것은 렌즈에 묻은 것이 아니라 눈이 내리는 장면이다. 장태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이 호수에는 산의 모습이 항상 비치었는데 이날은 흐릿하게 호수에 비추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유명한 사람이 왔다고 해서 그곳을 가지는 않지만 눈이 왔기에 장태산을 가보고 싶어 졌다. 아무튼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여름휴가를 보낸 대전 장태산 휴양림을 찾은 관람객이 대통령 방문 후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가을이 지나고 눈이 내리니 운치가 있어 보인다. 미끄러운 도로를 지나서 위쪽으로 올라가 본다. 이곳에 특히나 많은 나무는 메타쉐콰이어 나무로 최초로 이곳을 조성하신 그분이 그 나무를 좋아했나 보다. 눈이 내리는 날 자연 속에서 호흡을 해본다. 

기원전 1세기경 그리스 철학자 안드로니 코스(Andronicos)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철학을 정리하면서 만든 용어인 메타는 그리스어로 ‘넘어서, 위에 있는, 초월하는’ 등의 의미를 가진 접두사(prefix)다. 이곳에 심어진 나무는 쉐콰이어와 다른 수종의 나무라는 메타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위로 돌아서 돌아서 올라가는 다리는 지금은 접근이 불가능하다. 눈이 내리는 날이어서 미끄러울 때는 이곳이 폐쇄된다. 작년에 와서 한 번 걸어서 올라가 본 기억이 있다. 눈 내리는 날에 한 번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몰래 올라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올라가 본다. 그리고 역시자 문이 닫혀 있어서 한 번 돌아서 내려온다. 사람은 현재나 미래에 대한 무지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에 대한 무지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분명히 그럴 것 같지만 그래도 한 번 올라가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 때문이다. 덕분에 운동도 되고 좋았다. 작년에만 하더라도 저 옆에 계단을 올라갈 때 살짝(?) 헉헉 대는 것을 보고 지인이 지적(?)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가뿐하다. 

눈 내리는 날이어서 그런지 살얼음이 얼어 있고 저 끝에 물이 살짝 비친다. 겨울이 되어서야 메타쉐콰이어가 쭉쭉 뻗어 있는 것이 더 명확하게 보인다. 모든 것을 털어내야 비로소 그 본질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메타쉐콰이어 나무는 곧은 기둥으로 쭉 올라간다. 밑에 있는 나뭇가지는 저절로 떨어지면서 기둥만 남아 있고 쭉 뻗은 위의 나뭇가지만 보이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나중에 완성된 것만 보고 그 과정을 보지 않으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마치 놀이시설 같은 공간이다. 저 위까지 올라가면 살짝 흔들리기에 살짝의 짜릿함을 느껴볼 수 있다. 데크길로 돌아서 올라가는 길과 빠르게 올라갈 수 있는 길을 같이 조성해주면 어떨까. 물론 안전하게 말이다. 자신의 다리를 이용해 하늘에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장태산의 명소이기도 하다. 자주 오픈하지 않아서 그렇지만 오픈될 때 한 번 올라가 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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