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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2. 2018

왔다 간다.

대천해수욕장의 겨울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물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이 명확하게 보이는 곳이 서해의 해수욕장들이다. 입자에 미치는 어떤 질량의 인력은 입자의 방향에 관계없이 하나의 함수를 미분하여 바로 구할 수 있다. 그것을 확대하면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의 평균 운동은 주로 달과 지구 사이의 인력에 의존하지만, 그 값은 태양의 인력에 의해 약간 줄어들게 된다. 태양을 도는 지구 궤도가 자꾸만 원이 될수록 달의 평균 운동은 가속되고,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나면 이러한 움직임은 늦어지는데 그 과정 속에서 조수간만의 차가 만들어진다. 

언제 와도 상관이 없기는 하지만 겨울에 대천해수욕장에는 조수간만의 차가 더 크게 느껴진다. 지구의 궤도는 태양에 영향을 받고 다시 달의 궤도는 지구의 영향을 받지만 태양의 영향이 아주 없다고는 볼 수는 없다. 밀려오는 저 파도도 어떨 때는 빨리 다가오면서 가속되고 어떤 때는 감속이 되어서 천천히 밀려오기도 한다. 단지 이곳에서 볼뿐인데 그 감속과 가속의 영향을 따라가 보면 달, 지구, 태양으로 이어진다. 

뭐 복잡한 생각 없이 한겨울의 대천해수욕장을 거니는 것만으로 만족하면 된다. 때론 복잡하게 때론 단순하게 사는 것이 인생의 매력이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구름이 마치 선을 그어놓고 줄지어 늘어서 있다. 

사물의 불확정성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현상을 증명하는 기본 개념은 알고 있다. 포말을 일으키면서 백사장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서 여전히 인생의 난제는 미래의 불확정성이 있다는 것을 아는 즐거움에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대천해수욕장의 백사장을 이어가는 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조각 작품을 비롯하여 조형물들이 있다. 어떤 것은 무척이나 단순해 보이지만 단순함은 복잡함 이상의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 

대천해수욕장을 올 때마다 이 인어를 보면서 어디를 향해 비상하고 싶은지 궁금해했다. 정약전(丁若銓)은 ≪자산어보 玆山魚譜≫에서 인어 항목을 두어 “인어는 속명이 옥붕어(玉朋魚)이고 모양이 사람을 닮았다.”라고 하였는데 우리나라 해역에는 없지만, 바다 소목의 포유동물인 듀공이나 바다소를 보고 인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한다. 인어를 만날 날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중옥(謝仲玉)은 부인이 물속에 드나드는 것을 보았는데 허리 이하는 모두 물고기였으니 곧 인어였다고 한다. 즉 해녀가 곧 인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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