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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5. 2018

멸치의 매력

삼천포의 실안 죽방 멸치

죽방멸치는 상품의 질에 따라서 다르지만 은백색에 은은한 금빛이 돌면서 눈이 살아 있는 상급 멸치는 1kg에 10만 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가격대가 있는 편이다. 그렇지만 충분히 그 가격을 지불하고 먹을 만큼 맛이 좋다. 멸치를 먹으면 담백하면서도 진득한 바다내음이 먼저 입안에서 맴돌면서 끝 맛은 고소하면서도 달달하다. 멸치가 이렇게 맛이 좋았던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죽방멸치는 매력이 있다. 죽방렴은 남해지역에 설치되는 옛 어업방식에 의해 잡히는 멸치를 말한다. 

죽방렴으로 어획되는 멸치의 양이 많지가 않아서 가격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것처럼 멸치가 유속에 의해 모이게끔 만들고 어획에서 말리는 과정까지 이어지는데 불과 10여분에 지나지 않아서 비늘과 몸체 손상이 많지가 않다. 육질이 단단하면서도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다. 비린 맛도 거의 없다. 고추장을 찍지 않고도 참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멸치다. 

겨울의 바다는 추우면 추울수록 색감이 좋아진다. 사람들에게는 추운 날씨가 반갑지 않겠지만 영하로 내려간 날씨는 바다를 옥빛으로 만들고 있다.

케이블카가 지나는 삼천포의 앞바다는 실안해안도로라고 불리는데 죽방렴으로 잡히는 멸치의 은백색처럼 도로가로 돌아가는 풍광이 마치 은백색으로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직접 가서 밑의 바다를 보면 맑고 은은하게 빛이 나서 실안해안도로라고 부를 만했다. 

저 앞에 보이는 신수도와 늑도, 마도, 저도, 신도, 그리고 삼천포대교가 가설되면서 육지와 연결된 초양도와 늑도는 관리하는 동서동은 11개 무인도와 사람이 살고 있는 6개 섬을 관할지역으로 두고 있는 사천시 유일한 행정청이기도 하다. 

작년에 설치된 케이블카가 입소문을 타고 있지만 워낙 자연환경이 좋아서 그냥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역사적인 지역으로는 늑도패총과 대방진 굴항, 각산산성, 봉화대도 이 부근에 있어서 돌아볼만하다. 청정해역의 한려수도의 매력이 고스란히 이곳에서 펼쳐진다. 

이 앞에 있는 섬들은 육지에서 1㎞ 내외로 가까이 있지만 다리가 없어 배로만 다닐 수 있다. 다음에는 낙조를 바라보면서 실안 낙조길을 걸어서 돌아봐야겠다. 이 바다에서는 갑오징어의 새끼인 먹통, 바닷장어, 톳과 해초, 청각, 숭어 등이 가득하다. 

삼천포의 앞바다에서 잡히는 멸치를 말려서 판다는 한 가게로 들어가 보았다. 이곳까지 왔으니 죽방멸치의 맛을 보고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에서 먼저 눈에 뜨인 것은 가득 담긴 졸복이었다. 졸복은 우리나라 전 연안에 출현하며, 일본과 동중국해에 분포한다. 탕으로 끓여 먹는 졸복은 내장을 빼고 잘 말린 복섬에 아욱 듬뿍 넣고 왜 된장에 다진 마늘을 넣고 끓이면 맛이 좋다. 

옆에 상자에 채워진 죽방멸치에 눈이 간다. 한참 김장을 하시던 아주머니가 한 번 먹어보라고 해서 먹어본다. 그리고 우선 나가서 다른 곳을 둘러보고 오는데 입안에 고소함과 단맛이 도는 것이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게 만들었다. 한 상자를 구매해본다. 

죽방멸치는 염장하지 않아서 짜지 않다. 그래서 냉동해서 보관을 해야 한다. '죽방'이라는 대나무로 만든 부채꼴 모양의 말뚝을 통해 생산되는 고영양 플랑크톤이 서식하는 남해안에서 자라 육질이 단단하고 기름기가 적어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실감한다. 어민들이 바다 한가운데 설치된 불통에서 육지 건조장까지 옮기는데 멸치에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적은 양을 자주 옮겨야 한다고 한다. 

저 앞에 보이는 어업시설이 바로 죽방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옆에 죽방멸치를 두고 먹어가면서 쓰고 있다. 자꾸자꾸 손이 가는 것이 역시 죽방멸치는 매력 있다. 멸치는 갈치처럼 성격이 급해서 물밖로 나오면 바로 죽는데 말리는 작업을 하려면 손이 많이 간다고 한다. 

지역마다 그 지형과 물길, 전통에 따라 만들어지는 식재료들이 있다. 이번에 사 온 죽방멸치는 멸치 볶음을 할지 조림을 할지 고민이지만 무얼 해도 맛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멸치를 잡는 방법은 권현망, 유자망,  죽방렴, 낭장망, 정치망 등이 있다고 하는데 그중에 죽방렴을 최고로 쳐준다. 죽방렴에서 한 여름인 칠월에 잡히는 멸치는 중멸로 값이 좋고 봄에 잡히는 대멸은 젓갈로 사용한다. 가격대가 있는 새우젓이 만들어지는 오뉴월에 잡히는 멸치는 소멸이다. 

이 남해바다에 설치되는 죽방렴은 대나무를 쪼개 미끄러운 겉대가 통 안족을 향하도록 촘촘하게 덧댔는데 이를 통해 물은 빠져나가지만 물고기는 비늘이 상하지 않고 잡히게 된다. 죽방렴의 조업은 사리 물때에 이루어지는데 사리는 바로 열물이다. 

남해의 먹거리를 탐했다면 실안해안도로의 아름다운 풍광도 보고 케이블카가 있는 바로 아래에 있는 거북선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죽방렴은 2010년 ‘명승’으로 문화재로 지정받았고, 2016년 ‘국가 중요 어업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오래된 기록에는 ‘방렴’이라 했다가 죽방렴이라는 명칭은 해방 후에 등장한다. 『경상도 속찬지리지』 <남해현조>에는 ‘방전(防箭)’이라 했다. 방은 ‘막다’는 말이고 전은 ‘살’을 의미한다. 죽방렴은 오래된 우리네 어업방식으로 남해의 식문화이며 고유 유산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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