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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5. 2018

대전미술 100년

미래 시작의 비밀

대전시립미술관이 올해로 개관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로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미술작품을 감상하기 힘들던 대전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생활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준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에 만나본 전시전은 상징의 비밀이 담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전시전에 참여한 작가는 김환섭, 김수평, 김홍주, 남철, 윤영자, 이건용, 이종수, 정해조, 조평휘, 한정수다. 작가들마다 다양한 색채가 느껴져서 다채롭게 다가왔다. 

일찍이 미술관 등에서 예술과 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익숙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비교적 늦게 미술관이 조성되었다. 지금은 시단 위 이상에서는 대부분 시립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군에서는 군립미술관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대전광역시에서 대표적인 전시전을 만날 수 있는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양질의 전시를 연중 열고 있다. 

미술작품에서도 등장하는 상징은 모든 시대 모든 문명에 있어왔다. 상징은 우리의 지성, 정서, 영혼을 이야기하며 인간 본질의 심오한 표현이 담겨 있다. 오랜 문명에서는 상징의 힘을 인식하고 미술뿐만이 아니라 종교, 신화, 제의 등에 두루 사용했으며 광고와 심지어는 정치 캠페인에서도 활용이 된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들은 실경 수묵화로 조평휘의 작품이다. 조평휘는 대전을 넘어서 한국화단의 많은 다음 세대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작가는 실경 위주의 수묵화로 전환을 하기 위해 끊임없는 사생을 통해 한국 수묵화의 재해석을 시도하였다고 한다. 

남자와 있으면 여자가 있다. 그것이 일반적이다. 남성과 여성이 비의적 차원에서 하나로 합쳐질 수 있듯이 여자가 없다면 어떤 남자도 없으며 슬플 이 없다면, 기쁨의 체험도 작아질 것이다.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한국사회는 합일이 아닌 대립을 만드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여자의 반대편에 남자가 있고 남자의 반대편에 여자가 있어서 서로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대립적인 주체로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정면에 보이는 작품은 공간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반대로 보아도 마찬가지다. 조각의 면과 곡선은 형상의 세계에 속하는 반면, 그 면들이 이루고 있는 공간은 공의 세계에 속한다. 

이 작품들은 2000년 대전으로 거쳐를 옮긴 후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는 강환섭의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들에는 한글화 된 글자 모형이 반영되어 한글의 아름다운 조형미를 추구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종이 원판에서 느껴지는 투박한 질감과 판화의 유연한 곡선들이 특징이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에 오면 때론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명상요법의 본질적 요소는 그 의미를 추론적으로 숙고하려 애씀 없이 어떤 한 상징에만 집중함으로써 생각과 통찰을 불러일으키게 해 준다. 요가를 하는 도인은 상징에 집중함으로써 깊숙한 곳에 있는 열기의 느낌을 증가시키고 그것이 차크라를 거쳐, 온몸으로 퍼져가도록 마음을 집중한다고 한다.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데 오히려 여성이 안에서 필자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도 든다. 내가 주체적인 관찰자가 아니라 그림 속의 여성이 주체적인 관찰자로 그려졌는데 이 작품의 작가는 미세한 세필로 무한 반복하여 거대한 꽃을 그리는 독특한 자신만의 회화론을 펼쳤다고 한다. 

한국인에게는 내재된 강한 에너지가 있다. 특히 도자문화는 한국을 대표하는데 도자는 불의 예술이며 기다림의 미학으로 흙, 물, 바람, 불 등을 사용해 자연과 순응하고 자연의 이치를 따른 우리의 도예작품을 이종수라는 작가가 만들었다고 한다. 이 작품들은 전통적인 수비 방식으로 제작된 것들이다.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색채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색채는 우리의 정서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검은색 화판에 그려진 다양한 색채가 아우라처럼 펼쳐졌다. 검은색의 파괴의 여신 칼리이며 흰색은 티베트인들에게 깨달음을 향해 올라가는 것, 황금색은 불멸성의 신화를 그려낸다. 그림에서 많이 사용된 파란색은 고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에게 사랑의 여신 비너스의 색깔로 여겨졌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옻칠로 만들어진 작품들도 있다. 옻칠은 보통 옻나무 수액을 정제하여 생칠, 흑칠, 투명칠, 색칠의 제작 단계를 거쳐서 만들어지는데 옻칠은 천연의 광물 효과뿐만이 아니라 특유의 광택과 우아하고 미려한 빛깔을 만들어낸다. 

작품의 형태가 기하학적이면서도 독특하다. '헤르메티카'에서는 인간을 필멸의 육체에 갇혀 있는 불멸의 정신으로 보고, 우리는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이해함으로써 그 육체로부터 해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된다면 형태는 그저 존재하는 이유만으로 족한 것이 아닐까. 

원형의 작품에서 상징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많은 문화들은 천상과 지상적인 것으로 나뉘어 있다고 보았는데 하늘에는 영과 지가 연관되어 있고 땅은 물질과 물질성의 장소였다고 생각하며 땅 영역은 하늘의 영역을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마음은 정말로 아름다운 집과 유사하지만, 일상적  사고의 바깥에 놓여 있는 그 각 부분을 탐험해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타인으로 남아 있게 된다고 한다. 대전미술 100년의 역사는 마침표를 찍었으니 다시 2,3세대로 이어져서 기성세대의 낡은 방식과 양식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열어가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대전미술 100년 미래의 시작

100 years of Daejeon Art : The Beginning of the Future

대전시립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

2018.11.16 - 2019.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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