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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3. 2018

도연서원(道淵書院)

가르침은 원해야 끌어주는 것

"배우려는 열의가 없으면 이끌어 주지 않고,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일깨워 주지 않으며, 한 모퉁이를 들어 보였을 때 나머지 세 모퉁이를 미루어 알지 못하면 반복해서 가르쳐 주지 않는다." -  공자


예전에도 그랬지만 오늘날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배움과 깨달음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격차를 만든다. 특히 무언가를 배우기 위한 열정은 원해야 비로소 불타오를 수 있다. 배움은 용기도 좋다. 스스로를 돌이켜보아서 옳지 않다면 누더기를 걸친 비천한 사람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 돌이켜보아서 옳다면 천군만마가 쳐들어와도 나아가 용감하게 대적할 수 있다고 한다. 

경상남도 고성군 마암면 도전리 543에 있는 도연서원은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37호로 지정이 되어 있는데 1687년(숙종 13)에 건립된 곳으로 허기(許麒)와 허천수(許千壽)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되었다. 도연서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작은 저수지가 있는데 그곳에서 나무가 물에 또렷하게 비친 것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물에 비친 사물이나 자연의 모습은 무채색에 가까워서 그런지 그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다. 날이 좋은 날에는 또렷함이 더욱더 강해져서 좋다. 의로움은 길이고 예의가 있음은 문이다. 오직 군자만이 그 길을 따라 걸을 수 있고 그 문을 드나들 수 있다고 한다. 군자가 걸어가는 것이고 소인은 본받는 것이다. 

도연서원에 모셔졌다는 허천수를 생각하면 얼마 전에 가본 인공 숲인 장산숲(경상남도 기념물 제86호)이 생각난다. 조성 당시에는 그 길이가 1㎞에 달했다지만 현재는 약 100m만 남아 있는데 조선 태조 때 이 마을에 집성촌을 이루었던 허기, 혹은 성종 때 이황의 제자였던 허천수가 조성한 데서 비롯한 장산숲은 해풍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주는 방풍림이다. 

노거수 아래에서 차를 한잔 하는 것이나 고택의 대청마루에 앉아서 차를 한 잔 하는 것과 느낌이 비슷하다. 숲은 안락한 쉼터로 계절과 계절을 잇는 길목에서, 나른한 육체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는 활력제 역할을 하는데 한옥은 그런 숲을 닮아 있다. 

주변에서 허 씨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곳은 김해 허 씨 집성촌이었던 곳이라서 허 씨들이 적지 않게 모여 살고 있다. 특히 이곳에 모셔졌다는  허기는 고려시대에 적승(賊僧) 신돈을 규탄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이곳 고성의 대섬(竹島:현수 남동)으로 유배(流配) 당했다.  그 후에 왕이 신돈을 처벌하고 선생을 조정에서 불렀으나 나가지 않고 지금의 장산마을에 터를 잡고 살았다고 한다. 

도연서원의 현재 남아 있는 건물로는 강당, 사당인 추원사, 돈화실, 명성실, 내삼문, 외삼문인 일원문이 있다. 강당은 앞면 5칸, 옆면 3칸의 팔작지붕 목조와가로 좌측면에서 방2칸, 대청2칸, 방1칸으로 구성되었으며 대청과 후면의 대청마루 후퇴칸 경계부분에 들어 열개 삼분합문이 설치되어 있다.

정문인 일원문은 앞면 3칸 솟을대문으로 가운데 1칸을 출입문으로 사용하고 그 윗부분에 난간을 설치한 누대(樓臺)를 만들어 두었다. 

나라를 이끄는 혹은 이끄는 역할을 하는 군주의 마음이 바르면 나라가 안정된다고 한다. 오직 덕을 지닌 대인만이 군주의 마음이 비뚤어진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데 군주가 어질면 어질지 않을 사람이 없고, 군주가 의로우면 의롭지 않을 사람이 없다고 한다. 군주가 도덕적 인격을 갖추고 정치에 임할 때 적절한 인재의 기용과 올바른 정책의 집행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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