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은 영웅을 만들어 간다.
역경이 어떤 사람에게 가해진 혹은 주어진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제대로 된 사람인지 골라내기 위함이다. 역경 없이 만들어진 영웅 없고 역경이 있으면 그 사람의 추악한 이면도 드러나게 된다. 원래부터 주어진 힘과 능력으로 히어로만 가득한 DC코믹스의 세계관에서 아쿠아맨은 독특한 캐릭터 중 하나다. 지금은 없어진 왕국 아틀란티스의 왕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이 아쿠아맨에서는 그려졌다. 오랜 시간 전에 육지에서 살다가 엄청난 힘에 의해 수중으로 들어가게 된 왕국에서 바다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7개의 해상왕국의 이야기가 아쿠아맨의 배경 스토리다.
반은 사람이며 반은 수중 왕국 왕족의 피를 가지고 태어난 아서는 육지나 바다의 중간점에 있는 인물이다. 양쪽의 모든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양쪽에서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아쿠아맨을 보면 조선시대의 서자와 같은 느낌이다. 자신들이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왕족과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육지의 어부와의 결합은 양반과 평범한 아녀자의 결합과 유사해 보인다.
역경을 거쳐서 만들어진 사람은 유난히 빛이 난다. 귀하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의 고귀함을 만들어 주는 것이 역경이기 때문이다.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쳐내고 다져지고 그 속에서 그 기본을 찾아간다. 아서가 아쿠아맨으로 그리고 아틀란티스의 왕으로 거듭나는 데 있어서 역경은 큰 역할을 했다. 물론 그에게 조력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어릴 때부터 그를 이끌 벌코와 따뜻함으로 어린 시절을 보내게 한 아틀라나 여왕, 커서는 새로운 조력자로 공주 메라가 그를 이끌어주었다.
여자는 제일 강한 남자를 만들 수 있는 존재다. 그를 아틀란티스의 왕으로 이끈 메라는 여성이다. 가장 강해 보이는 것이 남자일 수 있지만 그런 남자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여자다. 여자도 남자도 서로에게 맞는 사람을 만나야 클 수 있으며 이유 있는 존재가 될 수가 있다.
한국 역시 순혈주의와 서열 사회에 철저하게 물들어 있다. 그냥 그 자체로 빛이 나는 존재는 세상에 없다. 태어난 것은 축복이지만 그것만으로 존귀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믿는 자들이 세상에는 적지 않다. 아틀란티스의 왕족과의 결합으로 탄생한 옴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힘을 이용하여 생명을 억압하는 데 사용을 한다.
아쿠아맨의 신화는 물의 신 포세이돈과 연결이 되어 있다. 주신 크로노스와 풍요의 여신 레아의 아들로 태어난 포세이돈은 그리스의 가장 오래된 물의 신이기도 하다. 포세이돈이라는 이름은 '땅의 남편'이나 '땅의 주인'을 의미하는데 삼지창은 그의 힘을 대변한다. 삼지창은 영어로는 세 개의 이빨이라는 뜻으로 트라이던트(trident)라고 불리는데 그리스어로는 트리아이나(Τριαινα)라고도 부른다.
아쿠아맨은 한 마디로 말하면 기존의 DC영화 스타일과는 많이 다르다. 마블 쪽에 더 가까운 느낌으로 만들어졌으며 유머 코드도 있어서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생각 없이 봐도 좋지만 그 속에 인생의 숨은 메시지를 찾는 것도 좋은 영화다. 히어로 영화 속에 이렇게 많은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것은 동양인 감독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