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락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들

최근에 지인과 예전에 대전 갈마동 부근에서 출몰했던 발바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영화 도어락을 보았다. 보통 사회에서 사건이 생기면 강남이나 명동이 들어가면 이슈화가 되지만 중심지역이 아닌 곳이나 지방도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쉽게 잊힌다. 강남에 산다고 해서 그 목숨이 더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진대 왜 그럴까.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적어도 지가가 비싼 동네에 살면 그런 일을 당하면 안 된다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주거취약계층일수록 사람들의 관심도 적지만 정치인들도 관심을 잘 가지지 않는다. 이 모든 연결점에는 언론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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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앙일보가 여론에 몰매를 맞았다. 대중 문제가 되는 기사의 제목은 이렇다. "명동상인 30명 중 29명 "8350원 감당 못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이런 기사를 또 단독이라고 앞에다 달았다. 명동의 임대료는 감당할 자신이 있고 그보다 훨씬 작은 수준으로 부담이 되는 올라간 최저임금은 감당하지 못하는가? 건물주를 살찌워줄망정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사람들은 계속 가난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인가. 영화 속에서도 주인공은 계약직으로 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람이다. 영화 속에서 본질적인 문제는 약자가 더 못한 약자를 괴롭히고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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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경민은 잠들기 전 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와 누군가가 남겼을 것 같은 흔적 때문에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그들은 경민의 잦은 신고를 귀찮아할 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필자 역시 어머니의 단독주택에 살 때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밖에서 문을 두드리고 열려고 시도하는 것을 보고 목검을 들고 누구냐고 소리 지르며 나간 적이 있었다. 그 남자는 그 사이에 옥상에 가서 숨어 있었지만 주변을 둘러보다가 천천히 올라간 필자를 보고 주눅 들어서 집을 잘못 찾았다고 변명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꺼지라고 한 것이 잘한 짓인지 생각날 때가 있다. 누군가 자신의 집에 침입한 것 같다는 ‘경민’의 직감을 아무도 믿지 않지만 그녀는 누군가가 있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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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있을만한 일을 다루고 있지만 그 서스펜스를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조금은 너무나 짜증 나는 어두움만 그려낸 것 같아서 아쉬웠다. 세상은 그렇게만 서늘하지는 않다. 낯선 존재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공기가 영화를 지배하는 느낌이어서 조금은 불편했다고 해야 하나. 영화를 보면서 나름의 사회적 약자(보통은 비정규직이며 전문성도 없는 별 볼 일 없는 남자)가 더 약한 약자를 공격하면서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을 볼 수 있다. 적지 않은 남자들이 그런 것도 사실이다. 영화는 있을지 모르는 이야기를 그렸지만 주거현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어두운 이면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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