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의 날

IMF의 기억을 되살펴보다.

IMF가 대한민국을 강타한 것이 1997년으로 벌써 20년이 지났다. 대충 경영하고 부채는 무지막지하게 쌓아가면서 신화라고 지껄이던 대기업들의 대표들 중 상당수는 지금 없지만 여전히 그런 식으로 경영하는 3세, 4세 경영자들이 넘쳐난다. 그들이 잘해서 회사가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활용하고 은행과 밀회를 하며 직원들을 쥐어짜면서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개개인이 부도가 나면 가족 혹은 친인척 정도에서 파급효과가 끝나지만 국가가 부도나면 그 여파는 저 머나먼 섬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까지 미친다.


대기업의 부도로 인한 여파를 막기 위해 당시 정부는 외환보유금을 환율방어에만 사용을 한다.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기업을 위한, 대기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었다. 달러 보유고가 바닥이 나면 수입과 수출을 정부가 보증할 수 없다. 신용이 없는 상대방과 거래를 하고 싶은 사람이 없듯이 국가 역시 그렇다. 너희들이 신용이 얼마나 있어?라고 물어보는 객관적인 수치가 외환보유금이다. 자 생각해보자. 원화는 국제통화가 아니다. 즉 원화의 가치가 낮으면 그걸 바꾸려는 국가가 없다. 특히 달러를 바꾸려는 국가가 없어진다면 외환보유금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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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을 예견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감지되는 위기의 시그널을 포착하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 금융맨 ‘윤정학’, 작은 공장의 사장이자 평범한 가장 ‘갑수’등의 삶을 그리고 있다. 보수적인 관료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에 맞서 강한 신념과 전문성으로 위기 대응에 앞장서는 한시현을 중심으로 현실을 말하려고 하지만 방해가 적지 않다. IMF 전인 1996년부터 태국에서 국외로 빠져나가는 순 유출 자금은 태국 GDP의 8% 수준까지 올라간다. 국가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인 금리를 올린다. 아마도 당시 한국의 은행들 금리를 생각하면 된다. (물론 IMF의 강요이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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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등장하는 경제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나오지 않는 것들이 많다. 당시 미국의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은 한국을 과거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으로 대하라고 지시한다. 당시 조치로 인해 한국은행은 완전한 자본 계정 하의 화폐 자유 교환을 했으며 기업 구조조정 감독, 노동시장 개혁 등 각종 개혁이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그 여파는 대기업도 아닌 기득권도 아닌 국민들이 막아섰으며 금과 은을 최종 지급 수단으로 모으기 시작했고 외국의 채권자들은 이를 흔쾌히 채무 상환 방식으로 받아들였다.


외화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바로 달러다. 미국 정부는 화폐 발행권이 없고 단지 채무 발행권만 있다. 즉 국채로 국채로 민영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에 담보를 제공하고 연방준비은행 등을 통해서만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시작부터 부채로 시작하는 것이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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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혹은 현실에서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은행에서 발생한 대출금의 대부분은 원래의 저축이 아니라 무에서 창조한 새로운 돈으로 그로 인해 은행이 보유한 화폐 총량은 기존의 돈보다 90%가 넘게 증가한다. 최근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것에 환영하는 입장이다. 독감을 겪을 수 있는 것을 독감 예방주사를 통해 조금 아픈 것으로 끝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늘어가는 채무에 의지해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리면서 영원히 돈을 갚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려면 누군가의 피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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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를 20년이 지난 지금도 모두 겪고 있다. 은행에서 신청하는 대출은 단 한 장의 차용증서지만 그 증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화폐화 시킨다. 그 화폐는 사회 전체의 물가를 유지 혹은 올리며 특히 자산 분야인 부동산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만든다. 미래 30년 혹은 그 이상의 재산을 미리 지출한 후 주택 가격은 서민들이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없을 정도로 올라가 버렸다. 전세자금 대출이 서민을 위한 것이라고 본다면 1차원적이다. 정부와 은행이 그 가격을 유지해주기 위해 내놓은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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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를 화폐화하면 화폐의 부족이나 유동성은 해소할 수 있지만 그렇지만 그 유동성의 범람은 사회의 구석구석에 쌓이며 마치 독처럼 작용한다. 우리는 지난해 혹은 올해에 지나친 가상화폐 열풍에 휩싸인 적이 있다. 지금의 증권시장은 엄청나게 쌓인 채무 화폐에 치여 그 가치가 심각하게 고평가 되어 있다. 그런 상황에서 투자자는 주식 가격 상승에 걸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더 멍청한 바보 이론이다. 즉 투자성을 잃고 비정상적인 투기장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예측해보면 2019년은 한국은 독감 예방주사를 맞게 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와중에 별별 사람이 나올 것이고 서민들은 중심을 잡고 노력하는 한 해가 되어야 고통을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영화는 흥미롭지는 않지만 그 속에 숨은 메시지를 찾아보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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