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가 만난다는 것은
프랭크가 말한다. 전 세계 70억 명 중 하필이면 만난 1명의 사람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제 기회가 6,999,999,999명의 기회가 남아 있을 테지만 자신을 일찍이 그 도전을 포기했다고 말이다. 이제 중년으로 제대로 익어가는 배우 키아누 리브스와 위노나 라이더가 만나 연기한 그리 달달하지 않은 연애 영화가 데스티네이션 웨딩이다. 연애의 실체와 결혼의 의미를 담담하면서도 냉소적으로 쏟아낸다. 한국과 외국의 결혼이 다른 점은 한국은 결혼을 통해 남들보다 나은 삶을 살려고 하고 외국의 경우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남들보다 나은 삶은 꼭 행복한 삶과 연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더 낮추고 행복하지 않은 삶을 만드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키아누 리브스와 위노나 라이더가 만나서 연기한 것은 참 오래간만의 일이다. 리즈시절의 인기를 도박 등으로 망쳐버리며 나이를 먹어간 위노나 라이더의 나잇살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정말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을 허비한 사람들의 얼굴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 돈으로 커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품격은 돈으로 꾸밀 수가 없다.
누군가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갔다가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아주 상투적인 스토리 속에 화려한 볼거리도 없지만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속에 남녀관계의 진솔함이 담겨 있다. 조금은 텅 비어 보이는 남자 프랭크와 아직도 진실한 사랑의 힘을 바라는 린제이는 직설적이고 차가운 프랭크의 행동과 말투가 못마땅하지만 끌리는 것이 어쩔 수 없다.
세상 모든 사람은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세상 모든 것을 불평하고, 자신의 삶 역시 비하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두 사람은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그래서 사랑받고 싶어 하는 하찮으면서도 꽉 막힌 나르시시스트들이다. 연애가 별 것 있겠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연애는 별 것이 있어야 더 오래가는 듯하다.